'노무현과 언론’ 아닌 ‘민주주의와 언론’을 봐야
'노무현과 언론’ 아닌 ‘민주주의와 언론’을 봐야
  • 이근창 기자
  • 승인 2019.05.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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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기간 발언 통해 본 대통령 노무현의 언론관…“시민의 품으로 돌아가라”

대통령기록관 정보공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친필 메모 266건을 공개했다. 새로운 기록의 공개는 반가운 일이나 썩어빠진 언론’, ‘숙명적인 대척등 언론과 관련한 메모 자체만 부각되는 건 아쉽다. 이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노무현과(혹은 vs) 언론이 아닌 민주주의와(혹은 vs) 언론이라는 틀이 필요하다. 노무현재단 사료편찬 업무의 일환으로 언론정책을 정리하면서 마무리 못한 원고의 한 챕터를 소개하는 이유다. 주제는 재임 기간 발언을 통해 본 대통령 노무현의 언론관이다. 20151월 작성했다. 통합을 지향한 민주주의자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바람과 문제의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주>

언론은 큰 불의, 힘센 불의와 맞서야 합니다. 힘없는 사람들이 숨어서 저지르는 크고 작은 부정들은 국가권력이, 그리고 사회여론이 얼마든지 제어하고 바로잡아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이 저지르는 부정과 불의는 누구도 제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결국 살아있는 시민정신에 의해서만 제어가 가능합니다. 시민들의 살아있는 정신은 바로 올바른 정보와 올바른 공론에서부터 비롯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시민정신이 살아있도록 깨어있도록 지켜나가고 가꾸어나가는 역할을 할 때, 그 언론이 바로 정의의 횃불이 되는 것이요, 정의의 파수꾼이 되는 것입니다.

취임 2주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041214일 노무현 대통령의 CBS 창사 50주년 기념식 축사 가운데 일부다. 올바른 정보와 올바른 공론과 시민정신,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언론관의 출발점, 중요한 전제는 언론이 어떤 자리에, 누구를 위해 있느냐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이야기할 출발점이다. 200768일 노 대통령이 민주주의 똑바로 하자란 주제로 진행한 원광대학교 특강의 한 대목은 언론에 대한 기본 인식의 일단을 보여준다.

 

20070608_58235_노무현사료관.jpg역사적으로 언론이 민주주의의 무기였습니다. 권력에 맞선 시민사회의 무기였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 헌법의 정치적 자유의 핵심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언론은 보호받고 있습니다만, 권력에 맞선 언론, 시민사회의 대변자로서 언론일 때 그와 같은 특수한 지위를 우리가 인정한 것이지요.

노 대통령이 거론한 헌법의 해당 규정은 제2장 제21조를 말한다.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21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노 대통령의 기본 인식은 20073월 청와대가 공개한 참여정부 4년 평가와 선진한국전략자료집을 통해 좀 더 충실히 접할 수 있다. 25개 목차로 구성된 이 자료집의 23번째 목차가 언론 이야기이다. 그 가운데 ‘23-2. 본질적인 갈등관계-견제권력, 시민권력이라는 길지 않은 글의 대부분은 노 대통령의 구술을 기반으로 했다. 내용은 이렇다.

민주주의는 입법, 사법, 행정 3권의 분립으로 권력 상호간 견제구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권력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력 내부의 감시와 견제만으로는 부족하다. 민주주의는 그래서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또 하나의 영역을 보장한다. 바로 시민사회, 시민권력이다.

시민사회는 여론을 공정하게 만들어나감으로써 남용되고 부패하기 쉬운 정치권력을 견제한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3권분립에 앞서 시민권력과 정치권력의 분립을 일차적인 견제구조로 보고 있다. 주요 근거가 바로 헌법 제2장이다.

우리 헌법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3권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3권을 견제·감시하기 위한 자유, 그러니까 시민권력을 위한 자유라 할 수 있다. 헌법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언론을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다루고 있는 이유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 그 핵심에 언론이 있다는 것이다. 시민권력, 혹은 시민권력의 편에 선 언론. 노 대통령이 언론을 바라보는 인식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이다. 그 자리에서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흔히 언론은 민주주의의 핵심기제로 대우받는다. 권력에 대한 감시·견제는 물론, 의제 설정과 공론장 역할을 통해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며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 대통령은 언론의 이러한 역할과 책임이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조응하는 기능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취임 첫해인 200398일 노 대통령의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지령 2만호 기념 특별기고를 보자.

 

민주사회에서는 이익집단이나 사회계층간에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하며, 많은 경우 이해가 서로 다르고 대립하게 됩니다. 이 같이 서로 다른 의견들이 공론의 장에서 자유롭게 주장되고 또 경쟁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원리입니다. 그런 가운데 상충하는 의견들이 대화와 토론을 통해 타협점을 찾고 합의에 이릅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언론이 설정하는 의제는 곧바로 사회적 의제가 됩니다. 언론이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규정하면 국민들 사이에서 그것을 중심으로 열띤 논의가 벌어지고 여론이 형성됩니다. ‘데모크라시미디어크라시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의 의제 설정은 매우 신중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편파적이거나 불공정한 의제는 국민들 간에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합의를 어렵게 합니다. 과거지향적이거나 창조적이지 못할 때는 우리 사회를 정체 또는 퇴보하게 합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논리의 제공도 필수적입니다. 그래야 서로 다른 의견과 주장 사이에서 공정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노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831일 한국PD연합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서도 언론의 그 같은 역할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확한 사실과 공정한 토론을 합의에 이루기 위한 필수요건으로 들며 이 작동이 제대로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이 소위 사회적 재산으로서, 공공의 자산으로서 언론의 역할이다. 이것이 떨어지면 그 사회는 통합할 수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을 둘러싼 논란을 지나오던 시기였다.

합리적인 의제, 정확한 정보, 공정한 논리. 혹은 정확한 사실과 공정한 토론 기회 제공. 노 대통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흔히 언론의 기본사명으로 여기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넘어, 창조적 대안 제시라는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그 근거는 무엇보다 시대가, 우리 사회가, 정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2005530일 제58차 세계신문협회 총회 개회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20050530_41936_노무현사료관.jpg

정부권력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정부의 지배구조는 투명해졌으며 참여적 거버넌스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공론의 장에서 의제를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주체는 없습니다. 정부, 기업, 시민, 네티즌, 신문과 방송이 함께 의제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유와 인권이 위기에 처한 사회에서 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여전히 강조되어야 하지만,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통합의 위기가 문제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창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이 필요할 것입니다.

 

발언의 맥락을 다시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정치권력의 민주화가 정착되고 다양한 기관과 언론을 포함한 시민사회에 권력이 분산됨에 따라 상호 감시·견제와 함께 새로운 차원의 협력이 이루어진다. 권력이 분점된 거버넌스(Governance) 시대의 협치(協治)라는 개념이다. 정부만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있는 국민, 경제계, 시민단체, 학계 등이 수평적인 상호 소통을 통해 함께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시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언론은 권력이다. 사회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책임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20051025일 정부부처 정책홍보관리실장 간담회에서도 노 대통령은 이전에는 언론은 비판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사회의 방향 결정에 기여하는 만큼 언론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생각은 2006102일 경향신문 창간 60년 특별기고에서 이렇게 정리된다.

 

시대가 바뀌면 언론의 역할과 기능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보가 권력이고, 권력에 의해 정보가 독점되던 시대에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지금은 정보의 취사선택과 가치판단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언론은 사실을 정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공론이 만들어집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설득과 합의가 국정운영의 원리로 작동하는 지금, 언론은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 언론문화는 이미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언론과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유착이나 부당한 공생관계는 더 이상 없습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정부와 언론이 견제와 균형의 긴장관계를 넘어 창조적인 대안을 통해 함께 목표에 접근해가는 건강한 협력관계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렵지만 그런 의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통합의 기술이자 통합의 과정이라 정의한 바 있다. 통합은 정치인 노무현이 지향한 필생의 과업이기도 하다. 정확한 사실, 합리적인 의제, 공정한 토론을 통한 공론 형성과 대안 제시라는, 노 대통령이 생각한 언론의 역할은 이러한 민주주의 철학, 정치인으로서 지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론의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 대안을 통해 더 나은 지향을 제시하는 시민권력의 편에 선 시민의 언론. 노 대통령은 이처럼 정부와 언론만이 아닌, ‘민주주의와 언론이라는 관점에서 언론을 바라봤다. 하지만 현실은 정부와 언론관계 수준에서 끊임없이 맞부딪혔고 과정도 결과도 그리 생산적이지 않았다.

정부와 언론이 창조적인 대안을 놓고 경쟁하는 양상은 바람에 그쳤다. 바람의 전제였던 거버넌스 시대의 협치라는 상황인식은 시대흐름으로서 타당했을지 모르지만 노무현 시대에 도착하거나 온전히 구현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언론 역시 권력분점에 따른 책임을 자신들의 몫이라고 여기는 데 인색했다. 무엇보다 경향신문 특별기고에서처럼 정부와 언론 간에 유착이나 부당한 공생관계는 더 이상 없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설득과 합의가 국정운영의 원리로 작동하는 지금은 이후 정권을 거치며 옛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거대신문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그동안 방송까지 얻어 종편신문이 됐다. 우리 사회는 1970년대 동아·조선투위 이후 또다시 대규모 언론인 해직사태를 겪었으며 방송 독립성과 공영성을 둘러싼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때의 한계가 고스란히 지금의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 합리적인 의제, 공정한 토론을 통한 공론 형성이라는, 노 대통령이 기대한 언론의 역할도 허물어졌다. 노 대통령이 보기에 의제와 공론을 논하기에 앞서 언론은 그 기본인 정확한 사실부터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때로 안타까움을, 때로 격한 유감을 표명했다. 다음은 200714일 경제점검회의 발언과 같은 해 831PD연합회 20주년 축사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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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무현재단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실한 상품이 돌아다니는 영역이 어디지요? 내 생각에는 미디어 세계인 것 같아요. 정말, 사실과 다른 엄청난 많은 사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사로 마구 쏟아지고 누구의 말을 빌렸는지 출처도 불명한 의견이 마구 나와서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다니고, 그리고 아무 대안도 없고 대안이 없어도 상관없고,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배상도 안 하는 상품이 하나 있지요? 감시받지 않는 유일한 권력이 오늘 한국의 언론권력 아닌가요?

 

아마 이 자리에 프로그램을 만든 분도 계실 수 있겠지만, FTA를 놓고 저와 의견이 많이 달랐습니다. 저도 거기에 대해서 국정브리핑에 반박문을 쓰고 또 쓰고 또 쓰고 했습니다. 그런데 의견이 다르단 말이죠. 어떻게 할 거냐. 다행히 FTA에 대해서는 결론이 어떻든 간에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 토론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은 많이 걸러졌습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을 걸러내는데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정력을 소비했어야 했습니다.

 

민주주의와 언론에 관한 노 대통령의 인식과 철학은 이처럼 맘 같지 않은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 이는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문제는 물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문제도 아니었다. 사실보도와 공론장이라는 언론의 기본에 관한 문제였다. 그런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노 대통령은 그 연원을 언론의 일탈에서 찾는다. 언론에 대한 노 대통령의 기본 인식’, 바로 시민의 권력, 시민의 언론이라는 위상을 외면하거나 포기하고 또 다른 권력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가권력과 시장권력과 시민권력이라는 세 가지 틀에서 이를 강조한다. 임기 말인 200793일 제44회 방송의 날 축사와 같은 해 1111KTV 특집 인터뷰 다큐에서 한 발언은 각기 다른 버전의 같은 비판이다.

 

국가 우위, 국가권력 우위의 시대에 언론은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시민의 권력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발전했습니다만, 그 민주주의는 유산자 민주주의였습니다. 어쨌든 국가권력을 견제하는 권력이었습니다. 그 이후 가진 사람의 민주주의에 저항해서 광범위한 대중의 저항이 있었고 일시, 소위 국가권력이 시장권력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주의 시대가 잠시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수정자본주의, 케인즈주의가 시장과 권력 사이에, 시장과 정치권력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 거냐는 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습니다. 무엇이 민주주의의 이익인가, 무엇이 민주주의인가. 그러나 다시 언론의 구도는 변하고 있습니다. 시장권력이 국가권력을 (넘어선), 시장 우위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변화입니다. 이 변화 속에서 언론이 선 자리는 어디인가. 시장권력인가, 시장권력의 대변인인가, 시민권력인가. 저는 시민의 자리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자리에서 서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국가권력이냐, 시장권력이냐, 시민권력이냐?’ 제가 묻고 싶은 것은 그런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당신들이 선 자리는 어디입니까?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다 그로부터 해방된 다음 이 권력, 저 권력하고 제휴를 합니다. 권력 혹은 권력 대안과 결탁해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부정선수가 돼있는 겁니다. 부정선수로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더라고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일부 언론은 내내 갈등을 일으키고 절치부심하면서 5년 뒤를 기약했습니다. 그런데, 또 제가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언론은 편을 갈라 싸우는 정치의 주체가 된 것입니다. 제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스탠드로 좀 올라가시오’, ‘당신들은 선수가 아닙니다라는 얘깁니다.

 

국가권력과 시장권력과 시민권력은 노 대통령이 임기 중은 물론 퇴임 후에도 줄곧 천착한 문제다. 약술하면 국가권력과 시장권력의 관계, 시장에 대한 국가의 역할, 그리고 시민은 시장을 방임하는 정부, 시장에 개입하고 시장권력을 제어하는 정부 가운데 어떤 정부를 선택해야 하는가 등에 관한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권력관계 속에서 언론은 시민의 권력과 이해를 강화하는 쪽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언론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다. 정치권력의 편에 서거나 당사자가 되고, 시장권력과 결탁해 사회 공동의 가치가 아닌 이익을 좆는 집단이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제도적으로 시민사회 영역에 속하는 권력이어서 함부로 정치권력이 개입할 수도 없고 시민사회의 통제도 어려운 애매한 권력이면서 영향력은 막강한권력(방송위원 임명장 수여식 2006.7.14)이자 감시받지 않는 유일한 권력”(경제점검회의 2007.1.4)이라고 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때문에 KTV 특집 인터뷰 다큐에서 언론에 스탠드로 좀 올라가시오, 당신들은 선수가 아닙니다라고 얘기한 것은 노 대통령의 언론관에서 봤을 때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선명하게는, 200768일 원광대 특강에서 한 다음과 같은 주문처럼 말이다.

 

언론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는 시민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약자의 권력이 되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많은 말을 했지만 정작 언론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재임기간 많은 분야에서 그러했듯 정치권이나 언론을 통해 부각된 평가들은 대부분 자의적이고 일방적이었다. “부정적인 언론관” “언론에 대한 사원(私怨)과 분풀이”(조선일보), “기막힌 신문관” “언론에 대한 패악질”(동아일보), “위험한 언론관” “편협하고 뒤틀린 언론관”(중앙일보)과 같은 비난이 앞섰다.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의 언론관은 낯설 수 있다. 실제로 그러했는가.

발언을 통해 본 노 대통령의 언론관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그리 낯설지 않다. “언론은 사실을 정확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게 전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차라리 상식적이고 교과서적이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언론관과 언론에 대한 철학. 거기에 노무현 혹은 언론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한계와 과제가 걸쳐있다.

<자료 제공: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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