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목사 심각, 개척학교ㆍ공동목회 등 다양한 노력 필요
무임목사 심각, 개척학교ㆍ공동목회 등 다양한 노력 필요
  • 이근창(영상미디어제작팀) 기자
  • 승인 2020.01.25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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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따른 목회자 수급 계획 대책 수립 시급
“성숙한 ‘동역자’ 의식으로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

사역지를 구하지 못해 교회사역이 아닌 이른바 ‘아르바이트’를 하는 무임목사는 한국교회의 어두운 단면 가운데 하나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시간이 갈수록 이들의 숫자가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각 교단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목회자 수급의 어제와 오늘

무임목사 문제는 한국교회 목회자수급의 역사를 되볼아 보게 한다. 196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는 한국교회 성장의 ‘황금기’였다. 교회 수를 보면 1960년도 5천11개에서 1990년도에는 3만5천869개로 30년 동안 615%가 증가했다. 교인 수는 같은 기간 동안 62만3천72명에서 1천31만2천813명으로 무려 1천555%나 증가했다. 교회부흥은 한국경제의 부흥과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회성장은 더뎌지기 시작했다. 교회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한 시기와 유흥산업, 여가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통계상으로도 60년대의 교회 성장률이 41.2%였던 것이 70년대에 들어와서는 12.5%로, 80년대에 와서는 4.4%로 감소했다. 그리고 90년대 초에는 3%까지 낮아졌다. 결국 교회성장은 둔화되는데 목회자 배출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1991년도 목사 1인당 교인 수는 418명이었고, 1995년도에는 345명이었으며, 2000년도에는 230명으로 줄었다. 10년 사이에 교인 수는 목사 수의 증가보다 1.8배나 줄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목회자의 수요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반해 목회자의 공급은 과잉되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임목사의 존재와 증가는 한국교회 안에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교회수에 비해 목사가 지나치게 많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있어야 바른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

목회자수급계획과 교단분열

목사 과잉배출의 1차적 책임자는 신대원이라고 봐야 한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 간 신대원 입학생은 약 51.9%가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율은 지난 10년 간의 교회수 증가율(32.8%)과 교인수 증가율(14.1%)을 훨씬 앞서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유명 신대원의 경쟁률을 치솟았고, 재수·삼수를 해서 들어가려는 현상이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학생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신학교의 구조적인 특성상 신학교는 장기적인 목회자수급 계획보다는 사업적인 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교단의 장기적인 목회자수급계획보다는 학교운영을 위해 입학생수를 늘렸다는 측면이 강하다.

다음으로는 목회자 수급에 대한 각 교단의 계획부족을 꼽아야 한다. 물론 목회 지원자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확실한 소명의식이 있고, 사명감이 있는 사람을 목회자수급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배제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정도는 목회자수급계획이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중단기적인 목회자수급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맞춰 신학생을 선발했다면 오늘과 같은 심각한 무임목사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교단분열도 목사 과잉배출의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에 의하면 한국교회의 교단수는 2018년 기준 374개이다. 현실적으로 이 보다 더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체로 교단은 존립을 위해 신학교를 운영한다. 교육부의 간섭을 받는 ‘인가 신학교’를 제외한다면 거의 대다수가 ‘무인가’ 신학교인 셈이다. 이렇게 교단분열은 신학교의 난립을 가져오고, 신학교의 난립은 목사 과잉배출로 이어진다. 악순환의 구조이다. 따라서 ‘교단분열-신학교난립’이라는 원인은 제거해야만 한다.

지난 2019년 9월 구 백석측 일부와 구 대신측 일부가 연합해서 백석대신이라는 교단이 출범했다. 신생교단이었다. 백석대신측은 새로운 신학교를 열기보다는 기존의 고신측 신대원과 MOU를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총회장 유만석목사는 “학생수 늘려 신학교 운영하는 시대는 벌써 지났다. 어느 정도 신학과 전통이 상통하는 기존의 신대원과 MOU를 체결해 위탁교육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도와 실험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대원 지원률의 급감

최근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목회 지원자 수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신학교인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의 2020학년도 경쟁률은 1.85대 1에 그쳤다. 곧 1대 1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총신대 신대원은 1.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부 신대원은 미달사태를 맞았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신대원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한국기독교장로회 신학교인 한신대 신대원도 80명 정원에 절반 정도만 지원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서울신학대학교 신대원도 131명이 지원해 160명인 정원에 못 미쳤다. 지방으로 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회지원자수의 감소는 무임목사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기독교연구소 관계자는 “배출되는 목사가 적으면 당연히 적체현상도 해소될 것이다. 교단과 신학교 관계자들이 계획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를 인구감소라는 외부적 요인이 대체한 것이다”며, “그러나 현재의 무임목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리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목회자후보생의 급감이라는 현상은 장기적 안목의 목사수급계획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1990년 대에 수급조절에 실패했다면 이러한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즉 과거의 사례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50년 뒤에는 4천만 시대가 온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인구 4천만시대에 맞춰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요소가 재정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목회자수급계획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영한박사(기독교학술원원장)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신대원 정원은 축소될 전망이다. 따라서 각 교단과 신학교는 확실한 소명의식이 있는 지원자를 모집해 목사로 교육하고 양육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임목사는 ‘탈락자’아닌 ‘동역자’

무엇보다 한국교회는 무임목사를 경쟁에 탈락한 패배자로 보지 말고 함께 사역해야 하는 동역자로 봐야 한다. 이러한 의식전환이 없이 그저 약간의 도움을 주는 시혜의 대상으로만 본다면 그것은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없다. 복음주의사회연구소 이대철박사는 “무임목사는 개인의 무능력보다 교단, 신학교 등 외부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이들을 경쟁의 탈락자로 봐서는 안 된다”며, “특히 신학은 모든 목회자가 동역자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동역자 의식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사회보다 더 성숙한 공동체성과 윤리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성숙한 공동체적 윤리성에서 무임목사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 

무임목사에 대한 현실적 대책도 의식의 전환만큼 중요하다. 기존의 교회에서 사역기회를 찾지 못한다면 개척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하는 개척은 더 큰 문제가 될 수다. 따라서 교단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개척과 자립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목회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대철박사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각자도생하기 보다는 함께 모여서 길을 찾는다면 길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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