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외교가 빚은 '발틀막'
무능외교가 빚은 '발틀막'
  • 이희정 시인
  • 승인 2024.02.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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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시인

2년 전부터 전동휠체어를 타게 된 나는 아직까지도 근거리만 겨우 지하철을 타게 된다. 아직 버스 타기에는 가시 돋은 시선을  감당하기 싫어서다. 전철마저도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한가한 낮 시간을 잽싸게 이용하는 이유가 출퇴근 회사원들에게  피해주기 싫은 마음이 무겁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감한 경우를 자주 겪게 된다. 지하철 승강기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부터 유모차, 다리가 불편한 노약자, 큰 짐을 든 여행객 등 비장애인들까지 무척 많다. 그런데 요즘은 눈에 띄게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의 고장이 빈번하다. 얼마 전에 외출했다가 귀가 중에 신용산역에 내려 승강기 앞에 가 보니, '고장'이라는 문구와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고 작은 글씨로 '한 정거장 더 이동하여 반대편으로 갈아타서 건너 승강기를 이용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이 공지대로 다시 신용산역에 내려 역무실에 찾아가 언제까지 수리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기약이 없다"는 먹먹한 메아리가 답으로 돌아왔다. 그 답변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겨울 안개비가 내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내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붙여놨다. (출처 :2021.2.10 연합뉴스)

그 뒤에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보고 전화를 돌려 알아보니 원인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 중국과의 외교가 소원해지고 무역이 줄어들면서 예전에 설치되어 있던 중국제 설비기기(승강기ㆍ에스컬레이터 등 전반 설비)의 부품이 현재는 수입이 되지 않거나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중국제 부품을 구할 수가 없으니 당연히 고장난 승강기는 무기한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즉 정부의 무능 외교정책이 빚은 결과로 나의 다리가 되는 휠체어가 옴짝달싹 못하도록 자물쇠가 채워져버린 셈이다.

정치는 정치만의 일이 아니다. 외교는 몇몇 소수의 이익 외교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독단적이고 배짱 튕기기식으로 지도자 마음 내키는 대로 외교를 주무른다면, 그로부터 시작된 무능외교 정책으로 인해 수백 만의 사회적 약자들은 아무런 이유도 전혀 모른 채 이동할 자유가 짓밟히고 뭉개지는 사달이 나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행복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유라는 기본권의 깃발마저 틀어막고 있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은  언제까지 입을 닫고 무능의 손만 허우적거릴 것인가. 

아픈 약자의 발을 틀어막는 '발틀막'이 풀리는 해방의 날을 기다린다.
 

 

* 이 기고문은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에 실린 글을 저자의 동의를 받고 게재한 것입니다.

 

이희정 시인 :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하나님의 부르심 속에 신학의 길을 가게 됐다. 예수기쁨교회(담임 박병득 목사, 예장합동교단 중서울노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다가 갑자기 병을 얻어 쓰러지게 됐다. 원인도 모른 채 5년간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가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기적적으로 일어나 조금씩 건강을 회복해 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생존권을 대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유튜브 '차별은 없다' (https://www.youtube.com/@user-io5gw5yp1q)를 운영중이며 이번 4월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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