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생과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들이 되지 말라”
“신학생과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들이 되지 말라”
  • 박인재 기자
  • 승인 2023.09.20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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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 신학생, 총회 열린 명성교회 앞에서 반대 시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총회(총회장 김의식 목사)가 교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명성교회에서 총회를 연 가운데 신학생들이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생들은 지난 2023년 9월 19일 오후 명성교회 월드글로리아센터 인근에서 총회 회의가 열리는 예루살렘성전을 바라보며 찬양과 호소문을 낭독하고 침묵시위를 진행했다.

이 날 발언을 한 장신대 신대원 1학년 임재현 원우는 “우리 신학생들과 목회자 후보생들은 다시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에 와 있습니다”며 “교단 헌법을 준수하고, 정의로우신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는 우리의 외침은 하찮은 공명심이나 혈기가 아니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운 짓 그만 두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사죄하라”며 “신학생들과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들이 되지 말고 당신들의 말, 즉, 이번 총회 주제라는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라는 말처럼 상처받은 교회들을 치유하기 위해 엎드리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임재현 원우의 발언 전문이다.

 

 

10년 전입니다. 제가 이십여 년 이상 몸 담아온 모교회가 교계 언론에 크게 화제가 된 일이 있습니다.

담임목사님의 세 아들이 한 날 한 시에 함께 목사 안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은 한국교회 역사에 길이 남을 경사라며 기뻐하셨고, 안수를 받은 목사님들을 진심으로 축복해주었습니다.

세 아들이 안수를 받던 그 날, ‘우리 교회에 세습은 없다’며 공언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몇년 뒤, 첫째 아들이 담임목사직을 물려받았습니다.

원로목사가 된 담임목사는 전적으로 교인들의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무장로 14명이 만장일치로 첫째 아들을 추대했고, 공동의회에서도 무난히 통과됐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잘못 뽑아 교회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보다는 목회지 대물림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게 더 낫다는 겁니다.

교회가 소속되어 있던 교단에는 세습금지법이 없었고, 지금도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끄러운 모교회와 교단을 떠나 아무런 연고가 없는 우리 교단에 왔습니다.

훗날 목회를 하게 된다면, 성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목회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또 우리 신학생들과 목회자 후보생들은 다시 부끄러운 역사의 현장에 와 있습니다.

교단총회가 이번 108회 총회의 주제를 부끄럽게도 “주여, 치유하게 하소서!”로 잡으면서 내건 성구는 출애굽기 15장의 말씀입니다.

[출15:26, 새번역]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가, 주 너희 하나님인 나의 말을 잘 듣고, 내가 보기에 옳은 일을 하며, 나의 명령에 순종하고, 나의 규례를 모두 지키면, 내가 이집트 사람에게 내린 어떤 질병도 너희에게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주 곧 너희를 치료하는 하나님이다."

교단총회가 이 말씀을 성구로 제시하고도,

주님의 말씀대로 하나님의 말을 잘 듣고

하나님 보기에 옳은 일을 하며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하나님의 규례를 지키지 않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스스로 성경 속 이집트와 다름 없음을 자인하는 셈이 될 것입니다.

교단 헌법을 준수하고, 정의로우신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라는 우리의 외침은

하찮은 공명심이나 혈기가 아닙니다.

당신들이 젊었을 때 꿈꾸던 건강한 교회,

당신들이 핏대 세워 외치던 깨끗한 교회,

그리고 하나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내어주시고 세우신 거룩한 교회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신학생들의 부끄러운 절규입니다.

우리는 부끄럽습니다.

우리가 이어가야 할 교회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끄럽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어야 할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이렇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끄럽습니다.

교회의 목회 중심을 “오직 주님”께 둔다고 하는 명성교회와

성도의 신앙 방향을 “복음의 사람”이 되는 데에 둔다고 하는 통합교단의 합작이

세습금지법을 통과시킨 바로 이 장소에서, 세습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세습금지법을 폐지하려는 시도로 귀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벧후2:22]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 하는 말이 그들에게 응하였도다”는 성경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칩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부끄러운 짓 그만 두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사죄하십시오!”

“신학생들과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들이 되지 마시고 당신들의 말처럼 상처받은 교회들을 치유하기 위해 엎드리십시오!”

부디 여러분의 후안무치가

여러분의 뒤로 이어지기를

부디 우리의 부끄러움이

우리 뒤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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