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신] 인문학 분야서 한나 아렌트 연구 뜬다
[1신] 인문학 분야서 한나 아렌트 연구 뜬다
  • 양진우 기자
  • 승인 2023.06.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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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시민문화연구소, 독서발표회
김선욱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
국내 대표적인 인문학자들이 모여 김선욱 교수 발표를 들었다.
국내 대표적인 인문학자들이 모여 김선욱 교수 발표를 들었다.

월남시민문화연구소(소장 김명구 박사)22, 서울YMCA에서 제18회 종로목요서평을 갖고 김선욱 교수(숭실대학교)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저서에 대한 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김명구 소장의 인사말, 김기봉 교수(경기대)의 사회, 김선욱 교수의 발표, 신충식 교수(경희대)와 박은주 교수(청주교대)의 논찬 및 종합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한나 아렌트의 연대기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은 아렌트 사상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지 않았다. 또한 아렌트의 논의 중 정치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서술을 했다. 이에 따라 김선욱 교수는 이 책에서 밝히지 않은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머리말에서 한나 아렌트에 관한 주요 연대를 소개했다. 그녀는 1906년 독일 하노버 출생, 외가가 있는 쾨니히스베르크(지금의 칼리닌그라드)로 이주. 부모는 동화한 유대인이고. 조부모는 개혁파 유대인이며, 어려서 부친이 남긴 철학 저서를 탐독했다. 철학과 기독교 신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그리스 고전에 대한 공부를 했다. 이후 1924년 마르부르크 대학에 진학. 하이데거와 불트만에게서 공부했고, 1925년 훗설에게 잠시 들렸다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옮겨가 야스퍼스의 지도 받았다. 이의 결실로 1929성 아우구스티누의 사랑 개념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곧이어 대학교수 자격논문을 <라헬 파른하겐>으로 준비했고, 이 내용은 후일 저술로 출간했다.

숭실대 전 부총장 김선욱 교수.
숭실대 전 부총장 김선욱 교수.

그녀의 정치적 전환점인 1933년에 유대인 활동가들을 돕다가 독일 게슈타포에 체포당해 8일간 심문받고 석방됐고, 즉시 모친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 후 유대인 관련 기관에서 활동을 했다. 이어 1941년 독일의 프랑스 압박에 따라 귀르스 수용소 수감 뒤 탈출해 스페인,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고, 1951년 『전체주의의 기원』, 1958년 『인간의 조건』, 1960년 『혁명론』, 1965년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1968년 논문 『과거와 미래 사이』, 1968년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1972년 『공화국의 위기』 등의 대작을 출간했다. 1975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에도 『정신의 삶: 사유/의지』, 『이해의 에세이』, 『칸트 정치철학 강의』, 『정치의 약속』, 『판단과 책임』, 『문학과 문화에 대한 생각』, 『유대인 문제에 관한 저술』, 『난간 없는 사유』 등이 출간됐다.

 

순수 신학·철학도에서 정치철학자로 발전

 

김선욱 교수는 아렌트는 정치의식을 형성하기 이전과 그 이후의 저술을 분리해 다뤄야 한다.”, “그녀의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그녀에 대해 처음에 신학과 형이상학에 관심을 가진 철학도였으나 당시의 독일의 정치적 환경 때문에 점차 정치적 사태에, 그리고 유대인의 운명에 눈을 뜨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날 발표에 의하면, 『인간의 조건』에서 아렌트 정치사상을 잘 정리된 형태로 만날 수 있다.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논의는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이 개념들은 아렌트가 전체주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 가운데 찾거나 만든 개념들이다.

정치는 인간의 복수성의 사실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정치 공간이 필요하다. 정치 공동체에서 사람들은 평등하고 자유로운 시민으로 서로 만난다. 만일 정치 공동체에 군주나 폭군, 즉 통치자(ruler)가 등장하면 평등은 깨지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가 시민들 사이에 형성된다. 이런 지배는 폭력을 무기로 삼는 독재 권력에 의해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경제력으로 인간의 삶을 옥죄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사회적 불평등은 나고난 것이지만, 우리는 정치 공간을 형성함으로써 정치적 자유를 누리게 된다. 정치적 평등은 인간이 만든 법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특별한 영역, 즉 정치 공간을 필요로 한다.

 

프랑스혁명 실패·미국혁명 성공 시각

 

이 발표에서 그녀는 혁명이란 한 민족이 자율권을 획득해 자신들을 위한 새로운 정치체를 형성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려는 시도라는 주장을 폈다고 소개했다. 또한 혁명이 정치와 폭동과는 다른 점은 그것이 정치적 자유를 추구하기 때문이라며, “자유는 혁명의 목적이자 원인이며, 또한 정치의 존재 이유라고 전했다. 미국 혁명에서 아렌트는 성공한 혁명이 전형을 발견했다.

정치는 진리의 영역이 아니라 의견의 영역이다. 의견은 다양성을 그 생명으로 한다. 그래서 정치 공간에서는 진리 주장을 통해 독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다양한 의견에 대해 찬반을 따지는 논쟁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치 공간은 조용한 문제 해결의 장이 아니라 시끄러운 공간일 수밖에 없다.

민주 사회에서 올바른 정치 판단의 궁극 책임은 시민에게 있다. 시민은 당에 속하지 않고 지역적 이해관계에 결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전체주의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전체주의란 나치 독일에 의해 시행된 인종적 제국주의와 스탈린의 공산주의 러시아처럼 이데올로기와 테러를 활용하여 총체적 지배를 이루는 체제를 말한다. 전체주의 체제는 비밀경찰을 이용해 주민들을 징발하고, 숨어 있는 적을 색출하고, 반대파를 추적하고 제거했던 것을 넘어 총체적 지배를 향해 나아갔다는 점에서 단순한 독재와는 다르다.

총체적 지배란 한 개인의 외부세계와 내면세계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그 수단은 이데올로기와 테러였다. 엘리트 집단은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대중에게 주입했고, 정부는 절대적 공포를 구현하는 수용소를 만들었다. 수용소는 인간에게서 자발성(spontaneity)을 제거하고 인격을 제거해 단순한 반응기계로 만들어버리는 곳으로, 총체적 지배의 실험장이었다. 수용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므로 공포는 모두를 향한 것이었고, 이 공포의 바탕에서 이데올로기가 강요됐다.

개인에게서 개성을 상실케 하여 대중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데올로기와 테러를 사용해 인간의 법적 인격, 도덕적 인격 그리고 개성의 파괴를 통해 인간성 자체를 파괴하는 데까지 나아갔다고 그녀는 분석했다.

 

악의 평범성

 

그녀는 악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을 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5년이 지난 1960년 초에 유대인 학살의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모습을 취재했다. 아이히만은 히틀러의 지시로 유대인 학살의 책임을 맡은 직속 부하로, 유대인 학살을 치밀하고 탁월하게계획하고 시행했다. 아렌트는 법정에 선 아이히만에게서 악의 평범성을 발견했다. 그녀는 너무나 모범적인 가장이자 공무원인 아이히만이 국가에 대한 충성을 이유로 일상적인 악을 범한 것을 발견하면서 악의 평범성 개념을 만들어냈다.

 

한나 아렌트 연구의 대가 김선욱

 

이날 유광호 교수(연세대) “김선욱 교수는 국내서 한나 아렌트에 대한 연구를 가장 많이 한 대가라면서 그로부터 그녀에 대한 소개를 받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김선욱는 숭실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뉴욕주립대학교 버팔로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한국철학회 및 세계철학회 한국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장, 인문대학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아렌트 관련 저술로 『정치와 진리』(2001),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동화, 2008, 『달라도 괜찮아 우린 함께니까』로 2021년 재출간), 『행복의 철학: 공적 행복을 찾아서』(2011), 『아모르 문디와 레스 푸블리카로(2016), 『행복과 인간적 삶의 조건』(2017), 『한나 아렌트의 생각』(2017), 『한나 아렌트와 차 한잔』(2021) 등이 있고, 아렌트 저술 번역서로 『칸트 정치철학 강의』(2002, 『칸트 정치철학』으로 곧 수정본 출간 예정), 『예루살렘의 아이히만』(2006), 『정치의 약속』(2009), 『공화국의 위기』(2011), 리처드 번스타인의 저술 번역서로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2009)와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2018) 등이 있다.

이날 발표에 대한 논찬 및 종합토론에 대한 보도를 <2>에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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