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어느새 봄이 왔겠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잠비아는 4월이면 비 오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점차 건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올해는 늦은 비가 평소보다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비바람이 태풍 급으로 내리치는 바람에 나무들이 전봇대로 쓰러지면서 학교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코로나는 이제 일상이라 느껴지기에 이로 인한 불편함이나 두려움보다는 며칠 동안 이어지는 정전이나 물 부족으로 인한 불편함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불편함도 태연하게 사소하게 반응할 날이 올까요?
지금 이 희망찬 희소식을 작성하면서도 이미 여러 차례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작업의 흐름 또한 여러 번 끊기긴 했습니다. 여기선 그냥 ‘그런가보다’로 받아들이는 게 아무래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Ramah-Naioth Community School은 수도 루사카 중심에서 남쪽 외곽으로 차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2005년에 유치원 교실 한 칸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7학년 학생까지 여덟 개 학급이 있는 잠비아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교입니다. 한 때 고등학교 과정까지 개설되었으나 미흡한 점이 있어 현재는 초등학교 과정까지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Ramah-Naioth Community School이 위치한 동네는 평범한 서민들이 사는 곳입니다. 많은 주민들이 일정한 직업은 없고 하루 일당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 수업료가 한 학기(1년=3학기)에 100콰차(약 7천원)임에도 불구하고 수업료를 지불하기를 굉장히 부담스러워 합니다(Makeni 지역 주민 월 수입은 직종에 따라 1000-3000콰차). 무료 공립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지역 학부모들은 감사하게도 선교사가 운영하는 학교로 아이를 보내기를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흥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못이기는 척 형편에 따라 장학금(그래봐야 수업료 면제)을 지급하기도 합니다. 냉철한 비즈니스 마인드 없이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단계적으로 수업료를 인상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8남매 어머니께서 학교에 찾아오셨습니다. 8남매 중에 네 자녀가 우리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수업료를 한 명 분만 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부탁을 할지 바로 짐작이 갔습니다. 짐작은 맞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것이 더 있었습니다. 아픈 손자를 데려온 것입니다. 이제 돌이 막 지난 손자는 탈장된 채로 태어났지만 수술비가 없어서 그동안 수술을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 여기서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현지인이 외국인에게 돈을 강하게 요구하는(구걸) 경우가 종종 있기에 먼저 아이의 상태를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배를 싸매고 있던 천을 풀었더니 배에서 변과 액체가 흘러나왔습니다. 우리 동네에 이런 아이가 있었는데도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돈의 장벽이 누구에게는 문턱만큼 사소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사역하는 기간만큼이라도 우리 동네에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기도동역자에게 드리는 요청
한국은 날이 풀리고 봄이 왔지만 여기는 우기에서 건기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온 가족이 잠비아에 온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식구들이 코로나와 말라리아 감염으로 인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귀한 사역을 감당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희망찬 희소식은 선교지 소식이면서 기도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읽는 모든 기도동역자께서 기도로 함께 동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2022년 4월 4일 월요일
이찬희, 김혜영, 준희, 호산, 한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