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할 양식은 하나님께서 선물하신 보편적 은총이다
일용할 양식은 하나님께서 선물하신 보편적 은총이다
  • 박인재 기자
  • 승인 2022.01.19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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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원망과 불평만 늘어놓은 이스라엘 백성을 돌보심
한국교회가 11년 전 실수를 거울 삼아 공동체성 회복해야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 하에 이집트에 내려진 열 가지 재앙을 피해 노예생활을 하던 이집트에서 탈출했다. 이후 이집트의 군대가 전열을 정비해 이스라엘 백성을 추격했지만 하나님께서는 홍해를 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안전하게 건너게 하시고 추격하던 이집트 군대를 홍해에서 물리치셨다.

 이렇게 절대적인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 하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가나안땅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구원하여 주신 은혜에 감사하지 못하고 가나안으로 가는 여정인 광야길이 힘들어 불평과 불만을 내뱉었다.

 마라에 이른 이스라엘 백성은 그 곳의 물이 써서 마실 물이 없어 모세를 원망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쓴 물을 단 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셨다(출애굽기 15장 22-27절)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엘림과 시내산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이르러 또 원망을 내뱉었다.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에게 이르되 우리가 애굽 땅에서 고기 가마 곁에 앉아 있던 때와 떡을 배불리 먹던 때에 여호와의 손에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너희가 이 광야로 우리를 인도해 내어 이 온 회중이 주려 죽게 하는도다' (출애굽기 16장 3절)

 이런 연이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만에 화가 나실만 한데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그 때에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서 양식을 비 같이 내리리니 백성이 나가서 일용할 것을 날마다 거둘 것이라 이같이 하여 그들이 내 율법을 준행하나 아니하나 내가 시험하리라 (출애굽기 16장 4절)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원망과 불평이 가득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은총을 베푸셔서 힘든 광야생활, 나그네 여정 가운데에서 먹는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그리고 이 은총은 나그네 여정을 마칠 때 쯤, 즉, 그들이 가나안 접경에 이를 때 까지 계속됐다.

 '사람이 사는 땅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자손이 사십 년 동안 만나를 먹었으니 곧 가나안 땅 접경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만나를 먹었더라' (출애굽기 16장 35절)

 그리고 신명기 10장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데 여기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웃에 대한 긍휼을 잃지 말것을 요구하신다.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신 가운데 신이시며 주 가운데 주시요 크고 능하시며 두려우신 하나님이시라 사람을 외모로 보지 아니하시며 뇌물을 받지 아니하시고 고아와 과부를 위하여 정의를 행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 전에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음이니라 (신명기 10장 17-19절)

 이런 가르침은 우리나라에 처음 온 선교사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냉엄한 신분사회가 존재하던 구한말 조선시대의 어지러운 상황 가운데 낙후한 교육, 의료, 보건, 구휼 등 사회복지의 영역을 파고들었고 많은 영혼을 구원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런 전통은 한국전쟁과 급속한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빈민의 폭증 상황 가운데서도 위력을 발휘해 체계적인 사회복지 시스템이 구축되지 못한 2000년대 이전까지 교회가 대한민국 사회복지 영역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선한 영향력을 감당했다.

 한국 기독교가 많은 구제와 봉사사역을 했지만 그 중에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회봉사 사역이 바로 '밥퍼'라 불리는 다일공동체의 사역이다.

 1988년 청량리역에서 라면 나눔으로 밥상공동체를 시작한 이후 '밥퍼'는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밥상나눔 봉사활동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1997년부터 시작된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한국을 넘어 세계로 사역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이렇게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가리지 않고 한 마음이 되어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던 다일공동체에 날벼락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16일에 전해졌다.

 서울특별시는 지난해 12월 10일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건축법 위반 혐의로 동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고발 이유에 대해 "서울시 소유인 ‘동대문구 답십리동 553번지’ 일대의 밥퍼운동본부 건물 증축 공사를 무단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35년간 청량리역 인근에서 밥상을 함께 나눈 최일도 목사
(사진-다일공동체 홈페이지)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최일도 목사와 동대문구청, 서울시청, 삼자간의 진실공방이 가열됐다.

 서울시는 동대문구가 불법증축 사안에 대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최 목사가 따르지 않아 동대문구가 고발을 시에 의뢰해 고발조치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서울시의 고발조치 보도에 '오보'라는 입장을 냈다. 최 목사는 유 구청장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유 구청장이 위 내용이 사실이 아니기에 보도를 보고 너무 놀랐으며, 도리어 제게 송구스러운 일이라며 ‘위축되지 마시고 용기를 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구청장의 해명으로 오보 논란에 휩싸인 서울시는 뒤늦게 밥퍼와 협의를 시작했지만 최 목사는 고발 취하와 오세훈 시장의 사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이 고발사건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데에는 바로 오세훈 시장의 과거 서울시장 재임시절 흑역사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바로 2011년 8월 24일에 시행된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한 서울특별시 주민투표' 때문이다.

 당시 쟁점은 의무교육과정인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교급식의 지원범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는 것이 좋을 것이냐를 투표하는 문제였다.

 서울시교육청과 민주당은 부모의 소득수준과는 상관없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시작으로 중학생까지 무상급식 정책을 시행하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오세훈 시장은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에 사활을 걸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8월 17일 오전 서울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자가용 출근 시민들에게 무상급식 주민투표
홍보를 하는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결과는 최종투표율 25.7%로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는 투표율 33.3%를 달성하지 못해, 투표함이 폐기됨과 동시에 상정된 안건 두 가지 모두 부결처리됐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은 공언한 대로 2011년 8월 26일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후임인 박원순 시장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후 치뤄진 작년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다시 당선되어 돌아온 오세훈 시장은 또 다시 밥그릇 문제와 관련된 설화에 휘말리게 되었다.  

 물론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에서 법과 행정원칙에 따라 고발에 대한 실무업무를 담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서울특별시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으로서 어렵고 힘든 이들의 밥그릇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해가 충돌한다면 시장이 직접 나서서 움직여야 한다.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하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한국교회는 대 사회적으로 신뢰를 받는 밥상공동체 사역의 위기에 있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이 없다.

 기독교언론들은 이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며 서울특별시의 냉혹한 처사를 비판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교회 연합기구들은 아직까지 입장 혹은 반응이 없다.

 아픈 기억이지만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대형교회들은 오세훈 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며 주민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공개적으로 호소해 선거법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정치적 야인이던 시절 전광훈 집회에 참여하는 등 극우적 행보를 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밥퍼사역, 다일공동체의 어려움에 대해 한국교회가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은 2011년의 상황과 같은게 아니냐는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성경에서 하나님께서는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찼던 이스라엘 백성에게조차 하루 하루 먹고 살 수 있는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셨다는 것이다. 이것은 보편적인 은총이다. 일용할 양식을 먹고 살아가는 권리는 하나님이 주신 권리이며 그 누구도 빼앗거나 방해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선한 사역을 하는 한국교회 공동체의 일부가 큰 어려움을 당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의 실수는 하지 말자. 다시 한 번 만회할 기회가 왔다. 우리 형제자매들의 밥상 형편을 돌아보자. 그리고 이를 위해 수고하는 귀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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