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대와 함께 둘러본 ‘기억·안전 전시공간’
세월호 세대와 함께 둘러본 ‘기억·안전 전시공간’
  • 이근창 기자
  • 승인 2019.04.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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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은 국민안전의날… 세월호 천막 있던 곳 ‘기억과 빛’ 전시공간으로

2014년 4월 16일. 대학 신입생이었던 저는 중간고사를 보고 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뉴스를 보니 진도 앞바다 배가 침몰했는데 ‘전원 구조’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참 다행이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는 바뀌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봤던 뉴스에서는 368명이 구조됐다고 했지만, 점차 사망자는 늘어났고 탑승자 476명 중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됐습니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참사로 304명의 소중한 생명은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이후 2014년 7월 14일,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 천막을 설치했습니다. 광화문 세월호 천막은 특조위 구성, 선체 인양, 미수습자 수색 등 유가족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고, 304명을 추모하는 분향소 역할도 했습니다.

광화문의 상징으로 남았던 세월호 천막. 지난 3월 18일, 유족들은 시민에게 광화문 광장을 되돌려주는 의미에서 천막을 철거했습니다. 그렇게 세월호 천막은 무려 4년 8개월, 1708일 만에 해체됐고, 지난 12일부터 기억·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이 조성됐습니다.

기억·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제공으로 기사가 작성되었습니다

4년 8개월 동안 수많은 국민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했습니다. 그들은 ‘기억하지 않으면 잊혀진다’고 생각해 유가족의 곁을 지켰습니다.

기억의 빛이 조성된 광화문. 과연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세월호 세대’는 어떤 기분일까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유가족 곁을 지키며 봉사활동을 했던, 단원고 희생자들의 한 살 언니·오빠인 임혜림(24) 양을 만났습니다.

1996년생인 그녀는 2014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한창 수능에 매진할 때에 세월호 참사를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전원 구조가 됐다는 소식에 안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차 사망자로 정정되던 뉴스, 언론과 정부의 잘못된 대처를 보며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우리도 당사자가 될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광화문으로 나왔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광화문으로 향했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하늘로 간 학생들을 떠올리며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피켓을 들고 진상규명을 외쳤습니다.

 

광화문에서 피켓을 들었던 임혜림 양.(오른쪽 두번째)
광화문에서 피켓을 들었던 임혜림 양.(오른쪽 두번째)

 

피켓을 들고 대학생이 된 그녀는 신문방송학과에 진학,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기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상제작 수업 때는 단원고 희생자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지친 유가족의 옆에서 그들을 어루만져주기도 했습니다.

신문방송학과에서 배웠던 것들을 바탕으로 영화작업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며 피지 못한 꽃망울들을 잊지 않기 위해 제작한 영화 ‘모멘트 : 기억의단상’(감독, 총연출 : 조승일)’에서 조연출을 맡아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과 친구들을 떠나 보낸 아이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했습니다.

 

영화 모멘트:기억의단상
영화 ‘모멘트 : 기억의단상’ 중 생존자의 뒷모습.

 
또 광화문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 세월호 세대와 함께 진도 팽목항·목포 신항에 찾아갔습니다. 인양된 세월호를 보고, 그녀와 함께 갔던 친구들은 펑펑 울었습니다.

 

영화 모멘트:기억의단상 중 단원고 학생들 역을 맡았던 배우들의 연기 모습.
영화 ‘모멘트 : 기억의단상’ 중 단원고 학생들 역을 맡았던 대학생들의 모습.

 

이후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세월호 세대와 함께 활동했습니다. 세월호 세대는 친구에게 진 빚을 갚듯,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유가족과 함께 광화문을 지켰습니다.

세월호 천막이 철거되기 전, 304명의 희생자를 옮겼던 ‘이안식(移安式)’에도 참석했던 그녀. 4년 8개월 동안 영정사진이 걸렸던 자리는 노란색 터가 짙게 남았고, 거기서 한 번 더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얼마나 그 자리에 오래 있었으면…” 그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안식(移安式) 모습. 안순호 416연대 공동대표가 영정사진을 닦고 있습니다.
이안식(移安式) 모습. 안순호 416연대 공동대표가 영정 사진을 닦고 있습니다.

 
5년 전 그날을 추모하듯, 오전에 비가 내린 4월 14일. 그녀와 함께 기억·안전 전시공간 ‘기억과 빛’을 둘러봤습니다.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그날의 기억·기억을 담은 오늘·내일의 약속’ 이라는 주제로 세월호 기억·사회적 재난에 대한 시민안전의식을 그려냈습니다.

 

전시는 안산 단원고 1학년 수련회 반별 단체 사진 전시로 시작하는데, 많은 사람이 묵념을 올려 이들을 추모했습니다. 옆에는 단원고 희생자 어머니가 쓴 시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과 그림이 전시됐습니다.

단원고 1학년 수련회 반별 단체 사진
단원고 1학년 수련회 반별 단체 사진.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및 유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안전’의 중요성도 전시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이유 중 하나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어른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해 이들의 정보를 담은 ‘세월호 참사 정보 키오스크’와 스크린, 16개의 촛불이 전시됐습니다. 참사 당시부터 현재, 미래까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4년 8개월 동안 유가족과 함께 광화문을 지켰던 그녀.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나오며 단원고 희생자들에게 못했던 말을 전했습니다.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합니다.
세월호 이후는 달라져야 합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빈자리를 친구들만큼 채워줄 수는 없겠지만, 대학생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늘에서 잘 지내길 바라. 항상 생각하는 그 말.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오늘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습니다. 304명의 희생자가 남긴 뜻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리의 희생을 기억함으로써 안전불감증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말이 아닐까요. 2019년 4월 16일, 우리는 이렇게 외칩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제공으로 기사가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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