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1주년 ‘평화 통일’ 외치며 DMZ 도보 순례하는 대안학교 학생들
4.27 1주년 ‘평화 통일’ 외치며 DMZ 도보 순례하는 대안학교 학생들
  • 이근창 기자
  • 승인 2019.04.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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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눈으로 본 휴전선 접경지역이, 남북 대치의 상황이, 앞으로의 우리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기를 기대
평화 통일’ 외치며 DMZ 도보 순례
평화 통일’ 외치며 DMZ 도보 순례 발대식 대안 학교 학생들

지난 421일 고성 통일 전망대를 오른 학생, 교사, 학부모 150여 명이 한목소리로 평화, 통일을 외쳤다. 상투적인 것으로 나온 구호는 아니었다. 작년 427일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함께 악수를 나누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음에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유독 ‘통일’이라는 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냉면’이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통일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 한때에는 한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문화라는 말이 너무나도 당연해진 시대이다. ‘민족’이라는 단어만으로 ‘통일’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수많은 학교 현장에서 통일을 교육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민 또한 여기에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학생들의 입에서 ‘평화, 통일’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서울에 위치한 대안학교 숲나-플레10년의 학생들이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통일 그 자체보다 통일을 통해 얻어질 경제적인 이익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숲나-플레10년의 학생들은 ‘경제’가 아닌 ‘평화’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숲나-플레10년의 선생님들은 인문고전 읽기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수업들에 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표면적인 이유에 현혹되지 않고, 핵심적인 문제를 읽어낼 수 있는 사유의 힘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고성 통일 전망대에서 발대식을 마친 이들은 12세 이상의 학생, 교사 60여명으로 이루어진 ‘평화, 통일로()DMZ 도보 순례단과 5~11세 학생, 교사 30여명으로 이루어진 ‘평화마중, 생태나들이’ 탐방단으로 나누어져 각각 3주와 2주간의 일정에 들어가게 된다.

평화 통일’ 외치며 DMZ 도보 순례
평화 통일’ 외치며 DMZ 도보 순례

평화, 통일로()’ 도보순례단은 “아직 가보지 못한 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오랜 갈등과의 화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출발하여, 인천 교동도 망향대까지 약 500km를 걸어간다. 학생들은 지난 반세기에 걸친 남북 대치의 흔적과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전쟁에 대한 불안과 마주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한 보 내디딜 때마다 그 오랜 무게감에 힘들기도 하고 때때로는 그만 포기하고 싶기도 하겠지만, 지켜보는 어른들이 이 학생들을 응원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아직 우리 세대가 이루지 못하였지만,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오랜 갈등 가운데에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나서고자 하기 때문이다. 평화마중, 생태나들이’ 탐방단은 ‘평화’와 ‘생태’를 핵심 키워드로 하여, 고성에서 양구(평화), 포천에서 연천(생태)에 이르는 코스를 탐방한다. 이들은 DMZ 주변의 사람들과 자연 생태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평화로운 공존의 삶에 대해 배우고자 한다. 그것은 통일의 의미이기도 하다.4.27 남북정상회담 1주년, 숲나-플레10년 학생들이 말하는 평화는, 그 통일의 이유는, 조금 추상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가 쉽게 놓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학생들의 눈으로 본 휴전선 접경지역이, 남북 대치의 상황이, 앞으로의 우리를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DMZ 탐방 - 발대식 선언문][숲나

1. 교사 선언문

이번 탐방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오랜 갈등과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분단된 현실을 살고 있지만, 평화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과 이미지를 갖도록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에 가장 상징적인 곳이 바로 우리가 앞으로 20일간 걸을 이 곳 DMZ입니다. 이 곳은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자 천연 그대로의 자연이 살아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입니다. 평화 시대가 온다면 가장 먼저 사라져 역사 속 유적으로만 남게될 곳이기도 합니다.올해는 대한민국 역사에 아주 특별했던 한 해였습니다. 우리는 작년 427일 남북 정상들의 판문점 선언을 기점으로 여러 차례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지금은 미국으로 인해 북미간의 대화가 정지되었습니다. 대북제재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상상했던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그림이 희미해져갑니다. 다시 찾아온 평화의 바람을 이대로 멈출 순 없습니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전쟁의 시대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자주 독립을 외쳤던 독립 운동가들의 큰 뜻을 이제 알겠습니다. 더 이상 평화에 대한 결정을 다른 나라에 맡길 순 없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자주적으로 평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탐방은 우리 아이들이 자율적, 주체적으로 평화에 대해 인식하고, 앞으로 살아갈 평화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다지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이자, 평화 운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내딛는 한발 한발이 이 세상에 던지는 평화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오늘 그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이어 학생 대표의 선서가 있겠습니다.

2. 학생 선서문

 2019년 봄학기 DMZ 탐방에서 한 명, 한 명이 하나가 되어 다음 하나, 하나를 함께 하겠습니다.

 (학생 전체)하나, (학생 대표) 힘들어도, 슬퍼도 우리는 짜증 내지 않는다. 혼자 집에 가지 않는다.

(학생 전체)하나, (학생 대표) 아무리 배가 고파도 간식은 함께 나누어 먹는다. 몰래 혼자 먹지 않는다.

(학생 전체)하나, (학생 대표) 탐방 대장님의 말을 잘 듣는다. 혼자 못 들은 척하지 않는다.

 이상 하나, 하나, 하나를 잘 지켜, 탐방대는 진리 안에서 우리 모두의 문제인 ‘평화, 통일, 생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숲나인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2019419

학생 대표 정서윤 및 탐방대 일동

 

3. 학부모 선언문

 오늘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고성 통일 전망대에 섰습니다. DMZ 평화의 길 500Km를 두발로 걸어야하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 한편이 짠하고 눈물이 앞을 가릴 것 같았지만, 화창한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 3주 동안의 자유시간에 마음이 들뜨는 것도 감히 숨길 수가 없습니다.이번에 처음으로 부모님들이 서포터로서 아이들의 탐방에 함께합니다. 점심도 해주고, 같이 걸어주기도 하면서 처음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지근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게되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 생활을 보며 엉덩이를 한대 걷어차 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지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감시의 눈길을 보내지 않겠습니다.숲나의 학부모들로서 아이들이 이 탐방을 건강히 잘 마칠 수 있도록 빵꾸내지 않고, 있는 힘껏, 온몸바쳐, 불철주야 끝까지 즐기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이번 탐방을 잘 서포트 할 것을 진심을 다해, 맹렬히, 힘차게, 줄기차게, 앞뒤 안가리고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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