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하·류석춘 재판의 문제점

2024-01-30     김종성
일제청산연구소

 

위안부는 군대 성노예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자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작년 10월 26일 대법원에서 나왔다. 수업 시간에 위안부는 매춘부였다고 발언한 류석춘 전 전 연세대 교수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이달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나왔다.​

그들로 인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가 실추되고 위안부 문제의 진상이 왜곡된 것이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데도 최근의 법원 판결들은 여기에 역행했다. 이에 대한 한 문학가의 분노가 이달 28일 일제청산연구소·C헤럴드 제8차 월례포럼에서 표출됐다.​

경기도 하남시 초이화평교회에서 열린 이 포럼의 강사로 나선 은미희 작가는 류석춘 재판과 관련돼 거론되는 특정성의 문제를 강조했다. 특정한 위안부 피해자를 거명하지 않고 위안부 전체를 거론했을 뿐이므로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시에 대해 그는 분노를 표시했다.​

2016년에 영문판 위안부 소설인 <날다 날다, 나비(Flutter, Flutter, Butterfly)>를 펴내고 2021년에 한글판 <나비, 날다>를 펴낸 그는 "예컨대 류석춘 교수가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만 이 특정성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판결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표출했다. 위안부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책을 쓰거나 발언을 했는데도 특정 위안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 것이다.​

박유하 교수나 류석춘 전 교수가 위안부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역사를 왜곡한 게 분명한데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데는 역사왜곡금지법의 부재도 한몫을 했다. 역사를 왜곡하고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 있었다면,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충족을 가릴 것도 없이 이런 행위들을 처벌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재판들은 역사왜곡금지법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