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폭행 가해자 출국금지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열사와 판박이 사건

2020-05-13     위정량 기자

12일 오전 시민사회노동단체와 강북구 진보 정당들이 모여 만든 최희석 경비노동자추모모임은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입구에서 지난 10일 입주민 갑질 때문에 세상을 등진 최희석(59)씨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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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 발언에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신하나 변호사는 한 개인이나 아파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서나 이런 현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비 노동자들의 처우가 낮고 열악한 노동자 지위에 있다 보니 갑질을 해도 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폭력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고 경비노동자 노동조건이 어땠는지 반성하고 노동권 사각지대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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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노동자 이만수열사 추모사업회 김형수 회장은 경비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속에서 일해 어쩔 수 없이 모멸감과 폭력을 참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용안정과 관련한 협약을 맺어 다 같이 공생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만수 경비노동자와 함께 근무했던 김인준 씨는 아직까지 아파트에서 주민이 노동자에게 갑질한다는 것 자체가 억울하다고 분통해하면서 어떤 아파트에서도 경비노동자들에게 갑질하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세상이 된다면 바랄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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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웅 정의당 강북구지역위원장은 “2014년 압구정동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 열사가 주민의 언어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2018년에도 한 경비 노동자가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는 등 경비노동자에 대한 갑질과 폭력이 끊이질 않는다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풍토 속에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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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경비노동자는 우리 가족이자 소중한 이웃이다. 언제까지 인권이 침해되고 최소한 근로기준법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해야 하는가반문하고는 이번 일은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으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직도 경비노동자들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 짚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그냥 넘어간다면 전국의 아파트에서 또 다시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 강조하고 재발 방지 대책과 가해자 처벌은 당연하고 국회는 법 개정을 통해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에 나서야 할 뿐 아니라 강북구청 또한 (경비노동자) 노동3권 보장 조례 제정과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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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지역 대책위원회 최민구 위원장은 “11강북구 지역단체 정당 및 무언가를 하려는 개인 10여 명이 두루두루배움터에서 개최된 대책위에 참석해 아파트 주민모임 및 유가족 입장을 확인해 앞서지 않고 뒤에서 지원하면서 대책 활동을 진행하고 6월회기에 경비노동자 인권에 관한 조례제정과 추후 보다 근본적인 노동인권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도록 힘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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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장기적 목표로 구청에 강북구노동권익센터 설치 및 아파트 경비노동자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하기로 했다면서 유가족 입장을 고려해 추모식과 장례 및 유가족 지원 모금 등은 상황에 따라 논의하기로 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한편 최씨는 폭행과 협박이 계속되자 지난달 28일께 상해와 폭행·협박 등 혐의로 심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심씨도 쌍방 폭행이라 주장하며 모욕 등의 혐의로 지난달 말께 최씨를 맞고소했다.

유족이 모 언론에 폭로한 심씨가 최씨에게 발송한 문자를 보면 심씨는 후유장해진단서와 함께 머슴(경비원)한테 맞아 넘어져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만 2천만원이 넘는다. 돈 많이 만들어 놓으시라는 문자를 최씨에게 보냈다고 한다. 해당 진단서는 이전에 심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북경찰서는 전날 심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심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며 조사 후 신병확보 필요성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을 해당 아파트 주민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지난 1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청원은 이틀 지난 1302시 기준 258,212여명이 동의했다.

이날 추모 기자회견에 참가한 성원들은 감정노동자, 아파트 경비노동자도 폭행·막말·갑질 없는 안전한 일터에서 일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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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백주대낮 아파트 경비노동자 무차별 폭행하고 20일에 걸쳐 악랄하게 폭행

최희석 경비노동자 비극 되풀이 되지 않아야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 조속히 마련하라

여기 사람이 있다고 외치는 경비노동자가 강북구 우이동 성원아파트에 있었다.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또 일어났다. 2014117일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열사가 입주민 갑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6년 지났다.

백주대낮에 가해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고령의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막말과 갑질을 일삼은 것도 모자라 폭력을 휘둘러 2020510최희석 경비노동자가 이를 비관해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참담한 일이 일어났다. 강남과 강북에서 6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우리 앞에 벌어진 사건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타살이다.

한국사회에서 경비노동자들은 자신을 늙은 소에 비유한다. 굴레를 쓰고 일하는 소를 사람들이 불쌍히 여기지 않듯이 고령의 경비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도 받지 못한 채 일해도 당연시 여기는 풍토 속에 경비노동자들은 인간으로서 대우받기를 포기한 채 일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많은 경비노동자들은 자신의 여생을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친절과 봉사를 미덕으로 여기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최희석 경비노동자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더 없이 선량하고 자신의 일에 묵묵히 임하는 말 그대로 우리 곁의 좋은 이웃이었다. 많은 입주민들이 최희석 경비노동자를 모두 일관되게 참 좋은 분·가슴 따뜻한 아저씨·진실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은 참 순박한 경비노동자가 반복되는 폭력과 갑질을 일삼은 입주민 단 한 명 가해자로 인해 자신의 생을 비참하게 마무리한 것이다.

80여명에 가까운 입주민들이 어제 저녁 고인이 생전 근무한 경비초소 앞에서 촛불모임을 자발적으로 열고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이 생전 보여줬던 헌신적인 모습과 따뜻한 마음씨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대다수 입주민들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고인이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 전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대책회의를 열어 경비노동자에게 보다 인간다운 일터·사람 사는 아파트 만들기에 나섰던 것도 바로 이 아파트 주민들이다.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이번 사건의 아픔에 공감하는 수많은 입주민들 누구보다 황망할 유가족들과 함께 고인의 명예회복까지 연대하며 지원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고령 경비노동자 죽음이 아닌 이 시대 취약계층 감정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호하고 인간성이 살아있는 사회 복원 시작으로 삼을 것이다. 그것만이 최희석 경비노동자 죽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추모이자 도리이다.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 최희석 경비노동자 죽음의 진실을 철저히 조사하라

-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 가해자는 진심 어린 사죄와 피해를 보상하라

- 정부당국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아파트경비노동자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고 공동주택에 적합한 고령자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라

- 최희석 경비노동자의 안타까운 선택이 단순한 개인 비관이 아닌 사회적 타살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경찰의 엄정한 경찰 수사와 즉각적인노동 행정관청 근로감독 실시하라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 일동.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경비노동자 이만수열사 추모사업회·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연맹·민주노총 서울본부·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고용안정권리선언공동사업단·강북지역주민 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노동단체·제 정당(노동당·민중당·정의당) 강북지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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