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남측 향해 "중재자 아닌 당사자 될 것" 요구
김정은 위원장, 남측 향해 "중재자 아닌 당사자 될 것" 요구
  • 이근창 기자
  • 승인 2019.04.13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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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북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남측을 향해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가 될 것을 요구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역시 문재인 대통령과 입장 차를 분명히 했다.사실상 중간에서 미국과 북한 각각의 양보를 이끌어 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중재자 구상'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다. 

사진; 워키 인물검색
사진: 워키 인물검색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 차 회의에 참석해서 한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남측이) 외세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의향이라면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 공감하고 보조를 맞추어야 하며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남측이 알아서 결정해 시작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유엔을 설득해 남북 경협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부딪쳐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이 같은 우리 정부의 태도에 강한 실망감과 함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에 대해 '외세'인 미국이 아닌 '같은 민족'은 북한과 한 편이 돼 달라는 요구로 읽힌다.

북한이 '외세 배격'과 '민족 공조'를 강조한 것은 새롭지 않지만, 김 위원장이 노골적인 표현을 동원해 직접 이를 주문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앞두고 남북 간 합의사항이 대북제재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속도 조절'을 노골적으로 강박하고 있으며 북남합의 이행을 저들의 대조선제재압박정책에 복종시키려고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면서 이로 말미암아 관계개선이냐 파국이냐의 엄정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으로 진정한 결정의 공은 우리 정부에 넘어온 셈이다. 미국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빌어 다시 한 번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인정받을 수준이 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전해지는 바로는 미국은 미국대로 그간 동맹국인 한국이 '중재자'임을 자처하는 것 자체가 북한의 입장을 더 고려하겠다는 속내가 아니냐며 우리 측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북한이 '빅딜'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달라는 게 미국이 바라는 한국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한국이 '중재자'가 아닌 '같은 편'에 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양측의 기대를 충족하면서 중재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은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김 위원장의 시정연설은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중재 행보에 나서려는 시점에 나왔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 달라"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현재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만간 특사를 파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하지만 이번에 김 위원장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 정부도 그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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