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선평화학교 현판식, 운영위 대폭 강화
전국 YMCA 회원들, 회원 참여 독려 성황
국경선평화학교(교장 정지석 목사)는 6일, 현충일을 맞아 철원 캠퍼스, 역사문화광장, 소이산 등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시민 1천여명이 전국에서 모인 가운데, '코리아 평화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동 학교가 주최하고, 71인 시민행사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강명구 마라토너의 한라산 백록담으로부터 철원 국경선평화학교까지 완주 행사, 시민들의 평화의 희망을 담은 시민평화선언 발표, '코리아 피스컴과 함께 하는 백서윤 피아노 연주와 평화 노래 부르기', 시민평화손잡기, 평화의 노래 합창, 코리아 평화음악회, 평화예배 등 순수 시민 평화문화 행사로 진행됐다.
한편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평화의 날 평화예배 및 화해와평화의교회 기공예식'을 가졌다. 이에 앞서 동 학교 현판식도 가졌다.
이번 행사에 대해 정지석 교장은 "남북한이 전단풍선과 오물풍선을 주고받으면서 주민들에게 비상경보가 발령되는 등 군사적 충돌 위험성이 높아가고 있다"며, "접경지역 철원에서 평화행사를 갖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행사의 목적은 △군사적 대립지역인 접경지역에서 전쟁 재발을 예방하는 평화분위기 조성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비무장지대(DMZ) 평화지역화 정책을 시민참여로 실현 △적대적 국가관계로 악화되고 있는 남북한 정부 사이에서 민족 대단결의 정신을 촉구하자는 것 등이라고 밝혔다.
동 행사는 해외 코리안 공동체도 함께 해 코리아의 평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운동으로 전개된다. 이를 위해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베트남의 한인동포 지도자들이 행사위원회에 참여했다. 금년 행사에 맞춰 뉴욕 한인사회에서 코리아 평화음악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우크라이나와 가자의 전쟁으로 불안한 세계시민들에게 K-문화에 이어 K-평화를 전파하려고 한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이를 위해 매년 접경지역 마을을 순회하면서 동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며, 1회 철원 행사에 이어 내년 2025년에 파주에서 2회 행사를 개최될 예정이다.
동 학교는 합숙 훈련 및 평화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건물 각 방은 여러가지 사연을 담고 있어 테마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운영위원 안영수 목사(민통선화평교회)는 "독립운동가 김이직 선생의 후손들이 힘을 모아 동 학교 건립에 기여하면서 독립운동 정신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최원영 선생의 필하모니 음악교육실 등 다양한 평화 주제 테마로 방들을 꾸몄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동 행사준비위원회가 1회를 동 학교에서 개최하게 된 것. 1회 행사를 성황리에 마쳐 2회 때도 평화통일의 기운이 한껏 올라올 전망이다.
국경선평화학교 사무국 문의: 033-455-2012, 010-5040-0968, 010-5727-9408
제1회 코리아 평화의 날 시민평화선언
‘더 큰 평화’를 위하여
오늘 6월 6일, 코리아 평화의 날에 즈음하여, 이곳 분단의 비극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철원에서 남북한뿐 아니라 인류와 천지자연의 화해와 상생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모여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살고 싶습니다. 전쟁 없는 한반도(코리아)를 만들고자 합니다. 남과 북이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상호 존중과 호혜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길 촉구합니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가 평화로운 지구공동체로 거듭나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1945년 분단된 지 79년이 지났지만 통일의 길은 멀기만 합니다. 아직 통일의 문턱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74년이 흘렀지만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을 둘러싼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면서 위기 상황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지 71년이 지났지만 평화협정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종전 선언을 위한 대화조차 오가지 않는 실정입니다.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질서가 크게 흔들리며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포성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전쟁은 군인들만의 전쟁이 아닙니다. 전쟁은 국지적이지 않습니다. 전쟁은 편을 가르고, 진영을 구축하면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칩니다. 남과 북 코리아는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전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베트남전과 걸프전에서 그랬듯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습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 여러분,
19세기 말엽부터 한반도는 세계열강의 각축지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남과 북, 그리고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면서 긴장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전선’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습니다. 남한이 미국 ․ 일본과 군사 공조를 강화하자, 북한은 중국 ․ 러시아와 함께 군사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한이 북한을 적으로 삼은 데 이어 이젠 북한도 남한을 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충돌한다면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하게 됩니다. 한반도는 더 이상 극동에 있는 한 지역이 아닙니다. 국제정세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세계의 화약고’ 중 하나입니다.
인류 역사가 폭력과 전쟁의 역사라는 명제는 진실이 아니며, 사실의 일부일 뿐입니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가진 자들, 권력을 유지하려는 일부 세력의 변명에 불과합니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상호부조의 유구한 역사를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기적 유전자가 아니라 이타적 유전자를 가진 존재라는 과학적 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수만 년 이어온 우애와 환대의 문화가 있습니다. 인류의 스승들이 남긴 ‘황금률’, 즉 타인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남쪽에서 ‘삐라’ 풍선을 보내고 북녘에서 ‘오물’ 풍선을 보내면서 ‘풍선 대결’까지 벌이면서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는 현실 속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남과 북이 총부리를 맞대고 있는 접경지역, 이곳 철원에 한반도 남쪽의 평화의 마음이 모두 모였습니다.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 지역에서 동참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참여했습니다.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함께 오직 한마음,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서, 인간과 천지자연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미래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모였습니다.
평화의 맨 앞에 있는 시민 여러분,
평화로 가는 길은 하나입니다. 무력의 길이 아닙니다. 평화는 오직 평화적 수단에 의해 성취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평화가 되어야 합니다. 내 마음 안에, 우리 마음 안에 먼저 평화가 살아나야 합니다. 우리 마음의 평화가 국가와 시대와 문명의 평화를 촉구해야 합니다.
오늘 코리아 평화의 날에 동참하신 모든 시민과 함께 호소합니다. 남과 북에 호소합니다. 전쟁을 부추기는 군사훈련과 미사일 시험을 당장 중단하십시오. 대화를 재개하십시오. 정전협정을 종전 협정으로, 그리고 종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승격시키십시오. 미국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러시아든, 외세와 손잡지 말고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평화와 통일을 이뤄내야 합니다.
시야를 밖으로 돌려보면, 문제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닙니다. 남과 북은 물론, 전 세계는 지금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전쟁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군사력에 의한 전쟁만 전쟁이 아닙니다. 기후 대재앙은 군사력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6차 대멸종은 경제력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석 연료 고갈, 물 부족, 생태계 붕괴, 양극화와 불평등… 인류는 지금 장기비상사태, 즉 전쟁 상황에 돌입해 있습니다. 어쩌면 기후 위기로 대표되는 이 전쟁이 군사력에 의한 전쟁보다 더 심각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후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나 국가는 없기 때문입니다.
평화의 궁극, 궁극의 평화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입니다. ‘작은 평화’가 전쟁이 없는 상태라면 ‘큰 평화’는 인류가 지구적 감수성을 회복하고 천지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철원을 평화의 성지로 만듭시다.
오늘, 이곳 철원은 한반도의 한 지역이 아닙니다. 지구의 한 지점입니다. 남과 북의 평화를 촉구하는 것이 ‘작은 평화’라면 남과 북의 평화를 통해 인류와 지구의 더 나은 미래, 즉 ‘큰 평화’ ‘지속가능한 평화’를 모색하는 것이 오늘 ‘한반도 평화의 날’의 근본 목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우리는 한반도 남쪽의 시민일 뿐만 아니라 지구의 시민으로 오늘 이곳에 모였습니다.
올해가 ‘코리아 평화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이곳 철원이 ‘평화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평화가 됩시다. 우리가 평화의 맨 앞이 됩시다. 그리고 국가와 사회, 세계를 향해 발언하고 행동합시다. 우리에게는 평화가 필요하다고, 평화가 먼저라고, 평화로 가는 길이 평화가 되어야 한다고, 평화가 없으면 우리 모두에게 미래는 없다고!
감사합니다.
2024년 6월 6일,
제1회 코리아 평화의 날 참가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