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신년사
2023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신년사
  • 박인재 기자
  • 승인 2023.01.04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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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신년사

새 역사 70년, 주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하소서

창세기 50:15~21, 요한복음 13:31~35, 에베소서 4:3~4, 시편 31:15~16

 

2023년 새해를 맞이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에 속한 모든 교회와 교우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 우리 현실은 새해 인사를 편안하게 나눌 만큼 여유롭지 못합니다. 파국으로 치닫는 기후 재앙의 시계, 끝 모를 전쟁과 남북의 긴장에서 생겨나는 증오, 생명이 존중받고 사회가 온전히 민주화되기를 갈망하는 국민 정서와 반대로 가는 정치 현실 등은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직 배타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대신 질시와 불화, 독선에 빠져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을 잃었습니다. 오만과 자기과시의 바벨탑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숨겨진 욕망의 심연이 절제되지 않은 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의 열매를 독차지하려는 듯이,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자리에 앉으려는 듯이 끊임없이 발산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이 이런 어두운 상황에 둔감하거나 익숙해져 있습니다. 지금은 깨어 기도드릴 때입니다.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선포하며 실천할 때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신앙의 선배들은 70년 전, 그 유혹을 과감히 떨치고 일어나 새 출발을 선언하였습니다.

 

“해방 후 우리 장로교계는 … 편협한 독선주의로 성도의 협력과 친교를 거부하고 오직 자기 독단에 의한 심판과 배타를 일삼아 마침내 거룩한 모임은 위증과 저주와 분쟁의 무대로 화하였다. 그리하여 헌법도, 신앙 양심도, 유린되고 오직 다수당의 기정 방침만이 그 횡포를 극하게 되었다.”(1953년 6월 10일 호헌총회 선언서 서두)

 

70년 전 우리 선배들은 독단적 배타주의, 위증과 저주, 분쟁의 바다를 건너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유린당하는 교회법과 신앙 양심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교회를 구하고자 호헌총회를 열어 ‘한국기독교장로회’를 출범시켰습니다. 그리고 지난 70년 동안 신앙양심을 지키고자 힘써 왔으며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화살촉의 역할을 감당해 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더 큰 시험과 도전 앞에 다시 섰습니다. 세상은 교회에게 더 큰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어제오늘의 현상들은 자칫 우리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설지도 모르는 징후를 보여줍니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기에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회복의 기회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우리가 저지른 악까지도 선으로 바꾸시는 분입니다. 요셉은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셨습니다”(창 50:20)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도 요셉과 같은 믿음을 품고자 합니다.

피조물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런 전환에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사랑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 13:34)

‘내가 너희를 사랑한’ 그 사랑은 ‘십자가의 사랑’입니다. 이 사랑을 실현하고자 예수 그리스도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값을 치르셨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받은 우리는 마땅히 주님을 닮아 탐욕을 버리는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1) 하나밖에 없는 지구에 대한 끝없는 탐욕을 버려야 합니다. 지구는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돌보고 회복해야 할 하나님의 소중한 작품입니다.

2) 남과 북은 70년 넘게 적대시해 온 대결을 끝내야 하겠습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첫걸음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과한 다음에야 비로소 민족의 화해와 통일의 길을 제대로 열어갈 수 있습니다.

3) 차별과 경쟁으로 인해 오염된 증오의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감수하겠다며 결단하고 헌신함으로써 우리는 ‘한 몸, 한 영으로 일치하는 교회 공동체’(엡 4:3~4)를 이룰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올 해, 교단 새역사 70주년을 맞이합니다. 이에 발맞추어 “새역사 70년, 주의 사랑으로 우리를 구하소서”를 교단표어로 정하였습니다. 주의 사랑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대가를 치르는 사랑에 헌신할 때 실현됩니다. 그 값은 우리 각자 ‘자기 십자가’(막 8:34)를 지고 주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입니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여 주님의 나라를 이 땅에 이루며 새 역사, 새 출발을 다시 이루어내는 2023년, 기장 새 역사 70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2023년 1월 1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강연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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