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훈 총장 칼럼] 가정의 질서
[김 훈 총장 칼럼] 가정의 질서
  • 박인재 기자
  • 승인 2022.07.30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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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 총장(호주기독교대학)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세대를 걸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현재 우리 가족의 질서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 가족의 예를 들어 봅시다. 홀어머니로 자녀를 키우다가 질병으로 돌아가시게 된 어머님이 계셨는데 그 어머니는 남겨진 남매에게 서로를 잘 돌 봐주면서 살아야 한다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그 유언을 받들어 남매는 서로를 아주 잘 돌보았는데 결혼을 하고 난 후에도 엄마는 가족을 돌보기 보다 오빠의 가정을 돌보고 챙겨주느라 막상 자신의 가족은 돌봐주지 못해서 아이들은 상처와 외로움으로 힘들어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자신과 동일시하는 딸에게는 늘 구박과 잔소리로 잘하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야단을 많이 쳐서 딸은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으로 힘들어 했고 남편과 아들은 가정에서 삼촌보다 존재감이 없어서 외롭고 소외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해서 생긴 정서적인 어려움을 이 남매는 슬퍼하는 비애의 과정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충성심을 결혼을 한 이후까지도 지키면서 현재의 가정 안에 질서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세우기로 유명한 독일의 심리 치료사 헬링거는 이것을 이론적으로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한 가족 구성원이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위치를 부당하게 차지하거나 자신에게 속한 위치를 잃어버리는 일과 같이 적합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가족 안에는 건강하지 않은 증상과 병리적 고통이 발생하는데 그 중 하나가 죽거나 희생을 당한 사람의 삶을 동일시하려는 역동과 대리 과정의 역동이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헬링거의 말처럼 위의 남매는 양육자가 자리를 잃어버리면서 자신들이 그 양육자의 역할을 서로에게 해주려고 했고 그것이 가족의 질서를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헬링거는 가족 구성원들이 가족의 질서를 되찾는 부분이 가족의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 중요한 부분임을 설명합니다. 깨어진 질서와 회복되기를 원하는 질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감사, 인정, 존중의 의식을 하게 하는데 이것은 회복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는 가정이 원초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건강한 질서를 사랑의 질서라고 부릅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정의 건강한 질서입니다.

 

 상담하다 보면 부모로부터 또는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미워하면서도 그렇게 미워하는 자신이 용서가 잘 안되고 그 깊은 내면에는 상처를 준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모두 내면 안에 있으면서 여러가지로 얽혀서 마음이 괴롭고 힘든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가족의 질서가 깨어지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로 인한 심리적 역동으로 혼란스러운 사람들에게 헬링거는 가족 세우기 ‘family constellation’ 이라는 기법을 통해서 가정의 질서를 다시 세우게 함으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게 하고 치유하는 여정을 갖게 합니다. 먼저, 문제 상태의 가족들의 모습을 대리 가족들을 세우는 작업을 통해서 감정이입이 일어나게 하는 현상학적 경험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가정의 질서가 어떻게 깨어졌는지를 보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카타르시스가 일어나게 되고 나의 고통만 보지 않고 가족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나면 이제 새로운 질서가 있는 가족의 모습을 대리인을 통해 세워 나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치유가 일어나면서 치료사의 감사, 인정, 존중의 멘트를 따라할 때 상처를 많이 준 부모라 할지라도 그들이 부모인 것을 인정하면서 그들의 삶을 존중해 주게 됩니다. 동시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서 살지 않고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고백을 통해 회복된 가정의 질서를 경험하고 소망하는 과정을 갖게 되면서 상담받는 사람은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루 프리올로는 네 자녀를 노하게 하지 말라라는 책에서 분노와 문제행동이 있는 아이들을 상담해야 할 때 아이들을 바로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부모님을 만나서 두 세 번 정도 상담을 한다고 합니다. 상담을 하는 이유는 그 가정이 자녀 중심의 가정인지 아니면 부모 중심의 가정인지를 살펴본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아이의 문제로 인해서 아이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이 되면서 아이에게 끌려가는 가정의 현재 상태가 자녀 중심의 가정과 같은 질서를 깨뜨리는 자녀양육 방식을 해서 문제가 된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부모 중심의 가정으로 양육을 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는 부모 중심의 가정으로 질서를 세워가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교육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가정의 질서를 바로잡고 세워나가는 교육만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실제로 만나서 상담을 하기 전에 많은 변화를 준다고 이 저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가정을 건강하게 세워 나가는데 있어서 가정의 질서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에서 질서라고 하는 것이 항상 수직적인 구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 중심으로 가정을 운영함으로 자녀가 부모에게 순종하도록 질서를 세우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헬링거가 말하는 질서의 한 부분은 주고받음의 공평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부모는 부모로서 자녀는 자녀로서 그 역할을 적절히 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과도하게 아이들이 해주어야 하는 것을 다 해주어서 자녀가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하는 것도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 될 수 있고 부부 사이에서 주고받음이 공평하지 않고 한 쪽만 일방적으로 희생한다고 할 때도 가정의 질서는 깨어질 수 있습니다. 가정이 건강한 질서로 나가기 위해서는 부모는 부모로서의 적절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나이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할 때 가정의 질서는 잘 세워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인생은 늘 평탄한 것만이 아니어서 앞의 예와 같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큰 트라우마로 인해서 가정의 질서에 영향을 받는 사건 사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지난 2년 동안 Covid19으로 인해서도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 가족을 돌아보면서 회복되어야 할 질서는 없는 지를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깨어진 가정의 질서가 있다면 건강한 질서를 세워 나가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노력과 도움을 받을 부분은 없는 지도 확인해 보셔서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호주기독교대학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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