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진 박사 칼럼] 홀로서는 연습
[서미진 박사 칼럼] 홀로서는 연습
  • C헤럴드(CHERALD)
  • 승인 2022.06.0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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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진 박사

 

 시드니의 여성 복지 기관에서 짧은 워크숍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모임 후 식사를 하면서 몇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르신 한 분이 남편을 사별한 후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설명해 주셨는데 늘 공주처럼 남편의 그늘에서 돌봄을 받았던 자신이 갑자기 어느 날 혼자가 되었을 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변화된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고 말씀하셨다. 은행 업무를 보고 청구서 하나 처리하는 것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혼자 남겨진 삶에서 그 모든 것을 새롭게 익혀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가 마음으로 그려보며 공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위를 보면 종종 배우자에게 모든 것이 의존되어서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호주에 살면서도 영어를 하나도 하지 않고 운전도 하지 않고 아이들만 돌보며 집에 계신 분들인데 배우자가 영어가 필요할 때 영어를 도와주고 운전을 필요로 할 때 손과 발이 되어주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게 친절한 배우자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큰 축복이지만 인생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에도 필자의 주위에 예기치 않은 부고 소식이 종종 들려오는 것을 보면 우리의 인생이 언제 마감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현듯 인생을 점검하게 된다.

 부부 사이에서 과기능자(주로 돌봄을 주는 사람 역할)는 자신이 배우자에게 가치가 있는 의미있는 존재로 여겨져서 감사히 여기고 저기능자(돌봄을 받는 사람)는 자신이 배우자로 부터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하고 그것에 불만이 없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존성이 높아 배우자를 많은 부분에서 의지한 사람은 배우자를 잃어버릴 때 새로운 삶이 위에 나오는 예처럼 쉽지가 않다. 특히, 연세가 많이 있으신데 운전을 하실 줄 모르고 호주에 있으면서 영어를 사용할 줄 모르고 게다가 컴퓨터 기술까지 없는 경우 더 나아가 배우자 외에 친구가 하나도 없다고 할 때 배우자가 있었던 삶과 없는 삶의 공백은 어마어마하게 생겨나게 된다. 그래서 적응하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건강한 관계는 한 쪽이 한쪽에게 지나치게 의존되어져 있지 않은 상호 의존적인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서로가 독립적이면서도 의존적인 관계를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혼자서도 생활을 잘 할 줄 알면서도 동시에 타인을 의지할 줄도 아는 관계다. 필자는 한 번씩 남편이 집을 비웠을 때 심리적으로 배우자에게 얼마나 의존을 많이 하고 있는 지를 생각해 보면서 그제서야 한 번씩 자신을 점검해 보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조차 그동안 남편에게 미루고 있는 것은 없는지, 관계의 노력들을 남편에게 미루며 그 안에 숨어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 더 노력해서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이나 지식은 없는지......’ 라고 말이다.

 이런 점검들은 삶의 사소한 어려움을 경험할 때 일어나곤 한다. ‘왜 하필이면 남편만 없으면 컴퓨터가 고장이 나는지, 프린트를 해야 하는데 프린터는 왜 하필 이 때 말썽이 생기는지......’ 한 지인은 남편이 출장을 간다고 해서 이 때가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친구들을 불러서 저녁을 먹고 함께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쉬워 보였던 스마트 TV 사용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결국, 이리 저리 시도를 하다가 끝까지 실패하고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고 있어서 잠시 동안에 일어나는 이런 불편함은 모두가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에피소드로 설명될 수 있지만 혼자 남은 삶에서 이런 삶의 좌절감을 새롭게 익혀나가는 작업들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평소에 배우자가 없어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 지식들과 기술들은 스스로 익혀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번씩 배우자가 집을 비우는 것, 또는 나 혼자 집을 떠나 있는 것과 같은 경험들은 부부 사이의 상호 의존적 관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혼자 집을 떠나 있을 때 우리는 독립된 개체로서 혼자 서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삶이 주는 유익과 가치도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관계에 얽매여서 보지 못한 홀로서기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홀로 서기를 통해서 우리는 내면의 힘을 얻으며 실존하는 개인의 삶의 의미와 선택과 책임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가장 좋은 것은 배우자 없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삶의 영역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배우자와 함께하는 삶의 영역이 충분히 있는 균형이 있는 모습이다. 배우자가 가장 좋은 친구여서 많은 것을 함께하긴 하지만 배우자 외에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배우자가 모든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고 배우자가 없을 때 처리할 수 있는 기초적인 기술의 부분은 익히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훨씬 유익하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재정을 관리한다고 해서 재정에 대한 모든 것을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적어도 온라인 뱅킹이나 계좌의 잔고 정도는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자가 있어서 좋고 친구가 있어서 좋고 자녀가 있어서 좋지만 결국, 나의 삶은 누군가의 돌봄으로만 유지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스스로 자신을 돌보며 성숙시키는 삶을 살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독립성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에 학습이라고 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에는 GSeek라고 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있는데 경기도에서 만든 커뮤니티 온라인 학습 센터가 있다. 이 사이트는 각종 다양한 취미 생활 및 기술 습득, 자격증 습득, 언어 배우기, IT 교육 등 일반 대중이 살아가는 데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지식, 기술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 필자는 아는 분들에게 자주 이 사이트를 소개하고 교육을 받을 것을 권면한다. 삶에 필요한 기초 기술과 지식 그리고 취미활동은 우리 각자를 유능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고 또한 배운 지식과 기술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들과 때로는 학위나 자격증이 필요하다. 호주와 같은 곳은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의 기회가 있다. 심지어 한국어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들도 있음으로 학습을 하는 부분도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임을 알고 시도하는 것이 좋다.

 한국 엄마들 중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집에 있게 될 때 자칫 잘못하면 남편만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는 남편이 일찍 와서 육아에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 남편이 돌아와서 함께 쇼핑도 해주기를 원하고, 남편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애착의 친밀한 관계를 누릴 줄 아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남편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이어질 경우, 아내의 행복은 늘 남편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달려있게 되어 감정적인 부분에서 롤러코스터와 같이 될 수 있다. 육아를 하는 아내의 경우에도 남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의존의 문제를 가지고 있진 않은 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고, 의존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음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진 않은 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 데 배우자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우자외 나의 관계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는지, 나의 행복을 배우자의 태도나 반응에 전적으로 두고 있진 않은 지도 점검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통해서 혼자서도 씩씩하게 그리고 함께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건강한 사람들이 되는 노력을 통해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 호주기독교대학 교수, 호주한인생명의 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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