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상고심 심리불속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법원 상고심 심리불속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 박인재 기자
  • 승인 2022.02.0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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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사법부의 뜨거운 이슈 중에 하나였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상고법원'제도의 도입 문제였다.

 상고법원제도는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 즉, 대법원이 맡고 있는 3심 최종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을 별도로 모아 처리하고자 신설하려 했던 법원이다.

 상고법원 제도를 도입하려 했던 취지는 대법관의 과중한 업무에 있다.

 우리나라 대법관은 총 14명이다. 대법원장 1인, 법원행정처장을 겸하는 대법관 1인, 그리고 대법원 소부 4개 부서를 맡는 대법관 12인이다.

 이 중 대법원장은 소부 재판을 담당하지 않고 전원합의체 재판만을 담당한다. 또 법원행정처장을 겸하는 대법관은 소부재판은 물론 전원합의체 재판도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즉, 소부심리를 맡는 대법관은 총 12명이다.

 그런데 매년 4~5만건에 이르는 대법원 상고심 재판을 대법관 12명이 담당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법관 1인당 4천건의 상고심을 맡는 셈인데 이는 국민의 양질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대법원의 업무과중을 피하기 위해 형사사건을 제외한 민사, 가사, 특허, 행정소송 등의 대법원 상고심을 진행하기 전 상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은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이는 사법행정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심리불속행 제도란 항소심 재판 종료 후 대법원에 상고하는 경우 대법원이 해당 재판을 다시 심리할지 하지 않을지를 3-4개월 안에 결정해 상고대상이 아닐 경우라고 판단되면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하고 재판을 종료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심리불속행 제도의 심각한 문제는 헌법상 국민에게 보장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것이다. 분명해 세 번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주어졌지만 사실상 2번의 재판을 받고 끝나는 상황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을 결정할 때 재판 당사자들에게 무슨 이유로 상고심 심리를 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적인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왜 대법원에서 심리를 진행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유를 '심리를 불속행한다'라는 단 한 마디의 결정문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이 어떠어떠한 이유 때문에 더 이상 심리를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면 정보의 심각한 비대칭으로 인한 국민들의 권리침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항소심 결과가 재판의 최종결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는 항소심에서 패소한 측은 물론이거니와 항소심에서 승소한 측도 공정한 재판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교단 중서울노회 소속 초이화평교회가 화재사건 관련 항소심 공판에서 패소해 7억원 이상의 배상을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교회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이러한 중대한 상황에서 항소심 재판결과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끝나버리는 것은 헌법상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물론이거나와 심각한 재산권의 침해 소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재판의 승패를 떠나 대법원에서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고 패소가 확정되는 것은 설사 해당교회가 패소의 결과가 그대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심리를 통해 손해액을 조금이라 줄여볼 수 있는 다툼의 여지,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침해 소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월 15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신천지에서 탈퇴한 이들이 신천지교회를 상대로 신천지에 빠져 인생을 허비한 손해를 보상해 달라는 취지로 청구한 청춘반환소송의 항소심 결심공판이 열린다. 1심에서 재판부는 원고 1인에 대해 5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고 나머지 2인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원고측이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올 경우 심리불속행의 덫에 걸려 제대로된 배상판결을 받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더군다나 신천지 탈퇴자가 제기한 청춘반환소송의 경우 반(反) 사회적 종교집단으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은 신천지의 민사상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재판으로서 사회적 의미가 매우 중요한 재판이면서 중요한 판례로 남을 재판인데 이러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재판을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으로 끝내버린다는 것은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시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성경에는 재판에 대한 구절이 119군데에서 언급된다(대한성서공회 검색, 개역개정판 기준). 그만큼 공의롭고 정의로운 재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어렵고 힘든 송사에 놓인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우며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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