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일예배 중단된 것 아냐"
[기고] "주일예배 중단된 것 아냐"
  • 이근창(영상미디어제작팀) 기자
  • 승인 2020.04.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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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성득(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
옥성득(UCLA 한국기독교학 교수)

요즘 ‘한국교회 예배가 중단되었다’고 하면서, 이게 다 7년 전 WCC 총회 개최 때문이라고 엉뚱하게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사역하는 모 선교사가 내가 쓴 글을 이용하여 1938년 9월 신사참배 가결 때문에 7년 후인 1945년 해방 직전 일본 패망기인 5-8월에 전쟁을 위해 모든 교회가 문을 닫은 것과 동일한 경우라고 한다. 아마추어는 역사를 이렇게 끼워 맞춘 후 무슨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떠벌린다.

1938년 9월 10일, 신사참배를 결의한 조선예수교장로회 대표단이 평양신사를 찾아가 참배하는 모습. 이는 당시 조선일보에 게재됐다.

1. 지금 한국에서 주일 예배가 중단된 게 아니다. 목사님들의 설교가 중단되지도 않았다. 설교한다고 감옥에 가는 것도 아니다. 목사들이 모두 신도(神道)의 세례(미소기바라이 禊拂い)를 받은 것도 아니다. 구약이 없어진 것도 아니요, 찬송가 중에 부르지 못하는 곡이 있지도 않다. 예배 전에 동방요배를 하는 것도 아니며 황국신민서사를 낭독하고 모임을 하는 것도 아니다. 사도신경을 암송할 때 첫 마디 전능하신 하나님의 창조 부분이나 그리스도의 심판 부분이 금지된 적도 없다.

약 70-80% 정도의 개신교회가 몇 주일간 예배당에 못 가는 것을 가지고 40년대 초와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온라인 예배라도 예배당이나 목사 서재에서 매일 새벽기도회나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자신의 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할 처지가 못 되는 교인들은 유튜브나 TV에 나오는 다른 교회의 예배에 동참하면 된다. 우리는 공익과 공의를 위해서 잠시 주일예배를 드리는 특권을 희생할 수 있다. (삼일절 때 민족을 위해서, 신사참배 반대 운동 때 신앙과 교회를 위해서 ‘공 예배’를 내려놓고 가정예배를 드렸다.)

감옥에서도 가정에서도 두세 사람이 주의 이름으로 모이고 예배하면 그것이 교회다. 그들이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리면 진정한 예배이다.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든 사마리아 신당에서 하든, 성전 파괴 후 회당에서 하든, 집에서 하든, 예배의 장소는 부차적이다. 문자보다 정신이 중요하다. 문자숭배나 우상숭배나 유사하다. 마당을 밟는다고 주일 예배를 드린 게 아니다. 예배드리기 전에 형제와 화해하고(사회적 신용을 쌓고) 예배하지 아니하면 그 예배가 무용하다. 예배드리고 확진자 나와서 문 닫고 사회적 비난을 받으면 그 예배를 주께서 기뻐 받으셨을까?

2. 7년씩 끼워 맞추기 식은 바른 역사 해석이 아니다. 평양의 미션스쿨인 삼숭(숭실, 숭의, 숭덕)은 동방요배와 기행렬에는 참석했으나, 마침내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1936년 1월에 폐교했다. 다른 많은 학교들은 신사참배를 하면서 학교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그 모 선교사의 계산대로 한다면 1936년 1월에서 7년 전인 1931년에 미션스쿨이 뭔가 잘못했는가? 아니면 그 7년 후인 1943년 1월에 유지하던 기독교 학교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혹은 1936년 신사참배에 찬성한 로마 가톨릭교회에 1943년 무슨 변고가 생겼는가? 신사참배보다 더 큰 비극인 1950년 6·25전쟁은 7년 전인 1943년 6월에 누가 무슨 잘못을 해서 일어났는가? 이런 식으로 그럴듯하게 ‘녹비에 가로 왈’식 해석을 성경 말씀에 적용하면 그때 바로 신천지와 같은 이단이 나온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폐교되기 전의 숭실대학 본관(1932).

3. 1939-45년에는 주일에 예배당 예배를 드린 자들이 신앙에서 훼절했다. 신사참배를 찬성하는 목사들이 산정현교회와 장대현교회를 차지하고 예배를 드렸다. 따라서 그 모 선교사의 비유대로 강변한다면, 지금도 예배당에서 주일 공 예배를 드리는 자들이 반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예배 자체를 우상시하는 반성경적인 집단이 된다고 해석해야 바른 비유 풀이가 된다. (내가 그렇게 주장하는 게 절대 아니다.)

4. 이번 기간이 회개의 기간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그러나 무엇을 회개해야 할까? 회개하려면 지난 30년간 중대형 교회 300여 개의 세습, 건축법 위반 교회당과 수양관 건축, 목사들의 표절, 교회 헌금 횡령, 선교사와 목사들의 성추행과 성폭행 등을 회개해야 할 것이다. WCC 신학이 문제라면, 그 부분만 지적하고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밝히면 된다. WCC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생긴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일시 가정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웬 뜬금없는 WCC인가? WCC를 반대하려면 “나는 WCC가 싫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5. 지금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다양한 종교와 교단에서 주일 집회를 일시 중단하고 있다. 그러면 이게 WCC 때문인가? 코로나19 사태를 오직 주일예배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니, 더 넓은 종교계와 고통당하는 시민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시각을 환원주의라고 한다. 선교사들이여! 제발 크신 하나님을 보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를 외우면서 왜 세상 전체를 보지 못하는가?

6. 현재 ‘예배 중단’을 우상숭배로 보는 이들은, 좀 더 역사를 공부한 후에, 신사참배 관련 책을 몇 권 읽고, WCC 역사도 정현경의 공연 이야기 한 개만 읽지 말고 지난 20년간 WCC가 어떤 신학을 유지 발전해 왔는지 공부한 후에 말하기 바란다. 제발 목사들이여, 선교사들이여, 신학교 때 공부하지 않은 티를 내지 말고, 지금이라도 한국 교회사와 세계 교회사를 공부하라.

하루 이틀 기도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모두 하나님이 주신 해석이나 영감이라고 생각하면 사이비로 갈 가능성이 크다. 주관적 견해를 함부로 역사 해석에 대입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여러 참고자료와 역사서를 읽고 검증해야 한다. 한두 가지 자료로 짜깁기를 한 가짜 역사, 가짜 해석을 퍼트리거나 나르면, 그 일로 소자가 낙심하면, 그 죄를 주 앞에서 심판받아야 할 것이다. 기도하면 역사 공부에 도움은 되지만, 기도만 한다고 역사 논문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7. 안식일은 3기의 날이다. 첫째, 기억의 날이다. “Remember the Sabbath day by keeping it holy”(안식일을 기억하라, 그것을 거룩하게 지킴으로써: 출 20:8). 하나님의 창조와 안식을 기억하며 쉬는 날로 구별함으로써 기억한다. 애굽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된 것을 기억하기 위해 구별된 날에 자유인으로 쉰다. 신약 시대엔 주의 부활을 기억하며 주일을 지킨다. 주일은 쉬면서 기억하는 날이다. 삼일절을 기억하고, 다가오는 4.19를 기억하며, 한국사와 한국교회사에서 일해 오신 하나님의 창조, 구원, 해방의 역사를 기억하는 날이다. 둘째, 기대의 날이다. 주의 부활에 장차 우리도 함께 참여할 날, 영원한 안식을 기대하며 쉰다. 지금 우리는 창조, 해방, 영생을 동시에 기억하고 기대하며 쉰다. 셋째, 기도의 날이다. 고난 중에 있는 자들, 노예 상태에 있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돕는 날이다. 주일의 주인은 “그 사람의 아들” 예수님이시며, 안식일은 교회당 출석만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 있다. 우리가 기억(묵상, 역사 공부), 기도(예배, 선행), 기대하며 안식할 때 주일 성수는 이루어진다.

[자료; 기윤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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