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신학계, "분열ㆍ혐오 그만" 방안 제시해야
교계·신학계, "분열ㆍ혐오 그만" 방안 제시해야
  • 이근창 기자
  • 승인 2020.02.19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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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정서 기반 기독교통합, 교회 이미지 훼손 경고
생태·인권문제 해결위해 연합기관 역할 계속 유효

 

일부 목회자들은 보수 정치인들과 연합하여 반정부시위를 벌이며 연일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고, 이를 토대로 보수 기독교가 하나의 세력으로 연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수의 기독교계 인사들은 이들의 정치적 행보가 ‘혐오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건전하지 못한 교회통합을 주도하고 있고, 이보다는 자기성찰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정체성을 구축하여 이를 토대로 교회연합을 이루어야만 한다고 안계정 박사(기독교신문 취재부 차장)는 지적했다.

정치 기반한 기독교연대에 우려

최근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일부 목회자들과 연합기관의 정치활동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3일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광화문에서 일제히 반정부 기도회를 진행했고, 이 기도회에서 한 목회자의 대통령을 향한 막말과 헌금을 걷는 등의 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그 사건으로 인해 기독교교회협의회도 관련 성명을 내고 비판을 했고, 교계 내부에서도 해당 목회자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금 보수 기독교 일부는 정치적 구호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했고, 작년 10월 당시 한기총과 거리를 두었던 기독교하나님의성회(대표총회장=이영훈목사)는 지난달 23일 ‘한기총 행정보류’를 정식 철회하고 다시금 한기총 활동을 재개하기에 이르렀다. 기하성의 표면상 한기총 활동의 재개로 인해 보수 기독교 연합의 숫자는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고, 건전한 기독교 통합을 주장하는 교계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공회대학교 신익상교수는 “보수 기독교계의 정치적 행보가 실질적 영향력에 비해서 과대평가되어 있고, 과대평가로부터 그들의 추진력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집단이 결코 기독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기사연의 통계에 따르면 많은 일반인들도 보수 목회자들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보수 기독교연합은 정치적인 이슈를 통한 연합, 혐오를 정치화해서 연합하는 형태이다. 이것은 교회입장에서 좋은 것이 결코 아니다”며, “이렇게 혐오정서를 기반으로 한 기독교의 통합은 장기적으로 교회 이미지를 더욱 훼손할 우려가 있다. 또한 자기성찰을 통한 교회연대가 아니라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기독교는 결코 건전한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념갈등 조장하는 교계를 비판

해방 후 한국 보수기독교는 이승만대통령을 필두로 대한민국을 건국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48년 제헌국회는 이윤영목사의 기도로 시작되었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기독교는 이승만 정부와 더불어 반공전선을 강화했다. 특히 미국 기독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했고, 이러한 원조를 경험한 한국 보수기독교는 친미 성향을 뚜렷하게 띠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 보수기독교는 박정희 정부를 비롯한 군사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반공사상을 기반으로 교세를 확장했고, 1960년대의 민족복음화 운동, 1970년대의 빌리 그래함 전도대회, 엑스폴로 74 등의 대형집회를 통해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기독교의 주요 세력으로 떠올랐다.

반면 한국 민주화운동의 주요 세력으로 구성된 진보기독교는 WCC에 가입하여 세계 교회의 도움을 받으며 박정희정부와 군부독재에 저항해왔고, 산업화의 부작용과 싸우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회협을 중심으로 한 진보 기독교계는 주류에서 멀어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여 교회의 연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회협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교회에 내재해있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심화되자, 1988년 한국 교회의 반공 이념이 분단을 고착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한국 교회가 반공을 강조한 것에 관해 회개해야 한다는 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한경직목사를 대표로 하는 한국의 보수적인 기독교 지도자들은 반발하여 교회협의 성명은 한국 기독교의 전체적인 목소리가 아니며, 외국의 영향을 받아서 한국의 현실을 무시한 일부의 의견일 뿐이라고 반박하였다. 이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1989년에 진보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 대항하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만들었고, 한국기독교의 주류의 위치를 점하기에 이르렀다.

상생하는 기독교 문화조성 시급

신학계는 다양한 기독교가 각자 고유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대화를 통해 상생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이를 일방적으로 통합하는 교회의 연대보다는 각자 고유한 입장을 존중하며 대화와 토론을 통해 힘을 모아야만 한다는 의견이다.

박일준박사는(감신대)는 “교회의 단편적인 통합보다는 보수나 진보가 서로 의견의 차이를 인정하고 비판과 성찰을 주고받는 것이 건전한 기독교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지금의 연합기관은 사실 유명무실해 보인다.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성찰하기 보다는 너무나 정형화 되어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목회자들은 보수적이라기보다는 반기독교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독교는 혐오나 낙인효과를 통해 사람들의 의견을 갈라서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아니다”며, “아무리 다양한 기독교를 인정한다고 해도 혐오와 배재를 기반으로 하는 집단을 기독교라 인정하기는 힘들다. 기독교의 목소리를 통해 혐오와 배제, 막말을 일삼는 일부 목회자들의 집단을 기독교라고 규정해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지도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많은 신학자들은 기독교의 본질이 혐오와 배제에 있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학자들은 타자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이 기독교의 본질임을 시종일관 주장하며 각자의 방법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를지라도 결국 사랑의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기독교는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합을 위한 연합기관 역할 대두

한편 교계가 분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교회연합을 위한 연합기관들의 역할도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교회 연합기구들의 활동이 부족하다고 보는 입장이 다수인 것이 사실이다.

한문덕목사(생명사랑교회)는 “진보연합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문제의 근원에는 자본력의 부재가 있다고 보인다”며, “교회협은 가입교단들의 분담금으로 운영이 되는데 이를 통한 충분한 자금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보수 기독교세력이 보다 나은 자금력으로 교회협에 비해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목사는 과거 독재시절에는 개 교회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현대에는 개 교회도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민주주의가 우리사회에 정착된 만큼 연합기구의 기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말했다.

한목사는 “그럼에도 교회연합운동을 위해 여전히 교회협의 활동이 필요하다. 교회가 연합해서 해결해야만 하는 거시적 문제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며, “가령 생태문제나 인권문제 등에 대해 연합기관을 통해 연대해야만 한다. 교회가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정치세를 확장하여 사리사욕을 취하기 위함이 아닌 공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기 위함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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