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졸업 후 사역지 없어 생활전선에 몰려
신학교 졸업 후 사역지 없어 생활전선에 몰려
  • 이근창(영상미디어제작팀) 기자
  • 승인 2020.01.25 0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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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교단의 정책적 무관심 속에서 무임목사가 해마다 증가
개척학교 등 무임목사 자립 위한 현실적 지원책 마련 시급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기대와 소망 속에서 목회사역을 시작한다. 신년부흥회도 하고 제직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그러나 사역을 하고 싶어도 사역지가 없어서 겉도는 목회자들도 많다. 이들은 보통 ‘무임목사’라고 불린다. 사역지를 구하지 못한 무임목사는 결국 대리운전, 택배 같은 아르바이트로 가족들의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다. 무임목사는 개교회주의와 분열이라는 한국교회의 고질병이 만들어낸 파행적인 구조이다. 여기에 학생수 감소로 위기에 몰린 정규.비정규 신학교는 계속해서 새로운 목사들을 배출해낸다. 무임목사를 둘러싼 이러한 파행적 구조를 혁파할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교회와 목사의 사회적 위상이 바로 설 수 있다.

각 교단의 정책적 무관심 속에서 무임목사가 해마다 증가

개척학교 등 무임목사 자립 위한 현실적 지원책 마련 시급

◆교회는 감소하는데 목사는 증가하는 현상·경북의 한 시골교회는 최근 담임목사 청빙공고를 낸 적이 있었다. 시골의 작은 교회였지만, 접수된 이력서가 80여 통에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박사학위 소지자에게 지원동기를 물으니 사역지가 없어서 냈다는 것이다. 시골교회가 이 정도이니 도시의 교회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수도권의 한 교회의 청빙공고에는 박사학위 소지자를 포함해 200여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장로교 주요 4개 교단의 자료에 따르면 교인의 수는 줄고 있는데, 목회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통합측, 고신측,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주요 4개 교단의 교인 수는 약 658만 명에서 620만 명으로 6% 정도 감소한 반면, 목회자의 수는 약 4만 명에서 4만 7천 명으로 17% 정도 증가했다.

이러다 보니 결국 사역지를 찾지 못하는 무임목사가 늘 수밖에 없다. 2018년 말 통계로 보면 예장통합 교단 목사 2만 506명 중 무임목사는 169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8.3%에 달하는 수치로 2001년 622명과 비교해 볼 때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다. 한국교회에서 비교적 조직구성이 잘 돼있다는 통합측의 통계는 한국교회의 평균치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몰리는 무임목사·사역지가 없는 무임목사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무임목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일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A목사는 대한기독교감리회 소속 목사이다. 2000년 대 중반 목사 안수를 받은 후 서울의 한 중형급교회에서 부목사 사역을 했다. 10년 정도 사역을 한 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교회를 사임할 수 밖에 없었다. 개척도 생각해봤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고 결국 생활전선으로 내몰렸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대리운전이었다. A목사는 “대리운전을 하다보면 비슷한 처지의 목회자를 많이 만난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의 목사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며, “아마도 무임목사가 하는 일 중 가장 많은 것이 대리운전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택시운전이나 택배 같은 운전직, 편의점 같은 단순노무직도 무임목사의 아르바이트였다. A목사는 “무엇보다 자괴감이 크다. 신대원을 공부하고, 상담대학원까지 했는데, 결국 할 수 있는 일이 대리운전이라는 것에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목사 과잉배출이 가장 큰 원인·무임목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목사의 과잉배출이다. 수요는 제한돼 있는데, 공급이 많다보니 무임목사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무임목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각 교단이 목회자후보생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개선책이다.

한국교회의 고질적인 개교회주의도 무임목사 문제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역지를 구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문제이기에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개교회주의가 먼저 극복돼야 한다.

◆무임목사위한 현실적 대책수립 시급·무임목사의 근본적 해결책은 그들이 목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영엽목사의 목회부흥훈련원(반도중앙교회)는 좋은 모델이다. 훈련원은 무임목사들을 위한 특수훈련을 실시한다. 40일 동안 입소하여 진행되는 훈련으로 주간에는 전도훈련을, 야간에는 경건훈련을 실시한다. 단기코스 수료 후 훈련원에서 정한 기간에 소정의 전도실력을 달성하면 개척자금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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